<시리즈> 한국IPC부도 휘청거리는 유통업계 (2);피해현황

한국IPC 부도에 따라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피해액은 어림잡아 7백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피해로 한국IPC와 직접 거래관계에 있는 1백50여개 업체는 부실채권이라는 직격탄에 휘청거리고 있으며, 한국IPC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수많은 유통업체들도 「부도 태풍권」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가 떠안을 부실채권은 1천만원에서 1백억원대로 천차만별이다. 부실채권 규모, 거래관계, 담보 및 지급보증 수준에 따라 관련업체들의 실질적인 피해규모는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IPC와 거래관계 및 부실채권 규모에 따라 1백억원대의 대형 거래업체, 부품 공급업체, 컴퓨터 유통업체, 일반 대기업 등 4개 기업군들의 피해양상이 제각각이다.

우선 한국IPC와 수백억원대라는 막대한 규모의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성원정보기술과 멀티그램의 경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원전자의 투자사인 멀티그램은 지난해말 한국IPC와 제품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백억원의 어음을 배서한 데 이어 1백억원을 어음거래함으로써 현재 총 3백억원대의 부실채권을 떠맡게 됐다.

반면 지난해부터 한국IPC의 「마이지니」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생산하는 등 대표적인 한국IPC의 협력업체로 알려져온 성원정보기술은 1백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즉시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OEM 공급계약시 한국IPC가 아닌 싱가포르IPC와 체결함으로써 지급보증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거래업체에 이어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부품 공급업체들.

한국IPC에 모니터, 메모리, 주기판 등 다양한 부품을 공급하고 어음을 받은 이들 업체는 어음액수만큼 그대로 피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대부분 영세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 부품공급업체는 제품공급시 지급보증이나 담보확보율이 대부분 어음거래액의 20%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IPC에 제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들과 달리 나진컴퓨터랜드 등 한국IPC로부터 「마이지니」 등 제품을 공급받는 컴퓨터 유통업체들은 어음액수에 훨씬 못미치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IPC가 부도로 어음결제 능력을 상실했으나 각 유통업체들이 한국IPC로부터 어음 대신 받은 물량을 판매해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용산 등 전자상가에 위치한 일부 IPC의 협력점과 대리점들도 유통업체와 같은 양상을 보여 당장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 이번 부도를 계기로 발생할 유통업체들의 피해는 어음대금 값으로 보관하고 있는 한국IPC의 제품이 대량덤핑으로 시중에 나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물건값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IPC의 부도여파에 가장 느긋한 기업체는 대기업군.

삼성전자의 일부대리점 등은 수십억원대의 부도피해를 보게 됐으나 정보수집력과 자금조달력이 큰 대기업들은 한국IPC의 부도설이 돌던 지난해 중반기부터 이미 거래관계를 중단하고 기존 미결제 어음액의 회수에 들어가는 등 대책을 강구, 대부분 이를 처리한 상황이다.

대선주조 계열의 대선산업의 경우 지난해 중반기까지 OEM방식으로 수십억원대의 모니터를 공급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거래를 대폭 줄여 15억원대로 피해를 최소화하게 됐다.

물품공급 및 납품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체와 달리 사채업자들의 부도피해액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IPC는 많은 사채업자들로부터 수억원씩 자금을 융통하면서 1백33급 펜티엄PC를 실제가격의 40%를 밑도는 50만원선으로 담보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한국IPC부도에 따른 거래업체의 직접적인 피해규모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7백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간접 거래관계에 있는 소형 업체들의 영업매출 감소와 연쇄부도 우려를 감안하면 1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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