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90)

『환풍구요?』

『그렇습니다. 환풍구에서 흡입과 배출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강제로 환풍시키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중간중간 강제 환풍구도 있지만 강제 환풍구의 전원은 이곳에서 원격으로 차단시켰습니다. 강제 환풍은 되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환풍구로 다가서 있습니다. 시커먼 연기가 계속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흡입구고 어떤 것이 배기구지요?』

『자세히 보면 연기는 반쪽에서 솟아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반쪽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연기가 솟아오르는 쪽이 배기구가 되고, 그렇지 않은 쪽이 흡입구입니다.』

심재학 대장은 환풍구를 살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체에서 연기가 솟구치는 것 같지만, 반쪽에선 연기가 솟아오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연기가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확인했습니다. 헌데, 환풍구에서 얼마 깊이에 지하 맨홀이 있습니까?』

『일정하지 않습니다. 10미터 이상 깊이에 있습니다. 하지만 환풍구로 내려선다 해도 맨홀 속으로 들어서지는 못합니다. 2중 3중으로 보안시설이 되어 있어 통신케이블이 있는 맨홀로는 접근이 곤란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심재학 대장은 김지호 실장과의 통화를 끝낸 후 바쁘게 진압대장을 찾았다.

『이 대장, 공기가 유입되고 있는 곳을 알아냈소. 그곳을 막아야 될 것 같소.』

『그곳이 어딥니까?』

『환풍구요. 환풍구의 반은 흡입구고, 반은 배출구요. 흡입구를 막아야 해요.』

『무엇으로 막지요?』

『그냥 일반 비닐로 막아도 될 것 같소. 환풍구에서는 직접 불길이 솟구치고 있지 않고 흡입구만 막으면 되니까 일반 비닐로 막아도 될 거요.』

『대량의 비닐을 구입하려면 종로 쪽으로 나가야 할텐데.』

『우리 대원들을 시키겠소.』

심재학 대장은 자신의 무전기를 들고 종각역 쪽의 대원들과 통화를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종각 지하상가에 화재가 옮겨 붙지 않았다고 했다. 대형 서점에도 불길은 번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하철은 계속 운행이 정지상태에 있고, 상가 내의 사람들은 다 대피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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