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서기2000년 문제

대망의 21세기 시작인 서기 2000년이 이제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희망에 찬 꿈과 비전을 가지고 21세기를 준비하기에 몸과 마음이 바쁘다. 그런데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는 아직 21세기를 맞이할 태세가 갖춰져 있지 않아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연도인식 오류에서 비롯되는 이른바 「2000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세계에 일대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문제」는 컴퓨터, 특히 메인프레임에서 각종 일자의 연도를 인식하도록 할 때에 「1996」년과 같이 네자리로 판단하도록 설계한 것이 아니라 끝 두자릿수인 「96」으로만 인식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2000년은 「00」년으로 처리되므로 1800년인지 또는 1900년인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일자를 이용한 계산, 일자별 분류, 일자의 표시방법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금세기 최대의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가 새로운 세기를 맞으면서 혼란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당초 컴퓨터를 기본설계한 엔지니어들이 자릿수의 절감과 편의를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컴퓨터가 오늘날과 같이 이토록 넓고 크게 활용되리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한 단견에 더 큰 원인이 있다 하겠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들의 단견만을 탓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수정작업에 착수해야 할 때인 것이다. 2000년 이전에 이와 관련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를 수정하지 않으면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4,5년의 장기적인 기간계산이 필요한 경우는 이미 완료되었어야 하고 1년 단위의 사업계획, 예산편성, 결산 등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해서도 늦어도 98년 말까지는 수정작업을 모두 끝마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작업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이는 방대한 연구.개발과 장기간의 작업을 요한다. 따라서 많은 전문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정부는 내년에 이 문제해결사업에 1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들린다. 정부는 국가차원의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본원칙, 표준, 규범 등을 연구, 설정해야 하는데 그 정도의 예산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거기에서는 정부가 단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밖에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경제계는 천천히 대처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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