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의 노트북PC 생산기지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들면서 국산 노트북PC를 구입하기 위해 미국 및 일본 등지의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지난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추계컴덱스쇼에서는 국산 노트북PC의 품질과 생산규모, 공급여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기업관을 찾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국산 노트북PC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노트북PC를 자체 생산할 만한 기술여력을 갖고 있는 국가가 한국을 비롯 일본, 미국, 대만 등에 불과한 반면 전세계적으로 노트북PC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올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전세계에 공급되는 1천2백만대의 노트북PC 중 절반 이상을 담당해온 대만산 제품의 품질문제와 노트북PC의 핵심부품인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공급부족으로 대만 노트북PC 전문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내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즉 노트북PC의 고성능화가 급진전되면서 불량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만산 외의 대안이 없어 이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바이어들이 올들어 품질이 안정된 한국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대만산 제품의 품질문제는 국내에서도 수차례 지적돼 대만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해온 국내 중견 및 중소 컴퓨터업체들도 올들어 거래선을 미국으로 전환한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TFT LCD의 부족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를 전량수입하는 대만업체들로서는 생산차질이 불가피해 TFT LCD를 자체생산하고 있는 국내기업들과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만으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아온 바이어들이 공급처를 한국으로 급선회, 우리나라가 세계 노트북PC시장에서 대만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대체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해외 바이어들의 상담 및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국내 노트북PC 생산업체들로서는 이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것은 바이어들의 요구가 대만과 거래하던 방식 그대로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을 원해 자체브랜드 수출을 원하는 국내업체들로서는 스스로 발목을 잡는 덫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PC를 수출전략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생산물량 확대를 위해서는 OEM계약으로 대량수출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본격적인 OEM수출에 나설 경우 자체브랜드 수출이 위축될 수 밖에 없어 현재로서는 진퇴양난의 입장』이라며 『따라서 수출조건 등을 고려해 자체브랜드 수출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OEM수출을 개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적인 노트북PC 생산기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내년도 수출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국내 PC업계는 최근 쇄도하는 노트북PC 주문을 놓고 예기치 않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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