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료기기가 성장잠재력이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장판도를 뒤바꿔 놓을만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신규 참여하고 GE, 도시바 등 다국적 기업이 한국시장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연간 1백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의료기기를 포함한 생명공학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그동안 계열사인 삼성GE의료기기를 통해 초음파 영상진단기 및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사업에 주력했으나 최근 들어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삼성항공, 삼성데이타시스템, 삼성전자, 삼성의료원 등을 통해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와 레이저 수술기 등 광 응용기기를 비롯, 디지털 내시경시스템, 원격진료시스템, 재활의료기기 등 각종 첨단 의료기기를 극비리에 개발하고 있다.
또 대우, LG, 해태, 코오롱, 삼양, 진로 등 그룹사들과 서통, 대웅제약, 일동제약, 카스전자 등 20여개의 중견업체는 홍채 자동진단시스템, 레이저치료기, 방사선 치료장비, 원격진료시스템, 가정용 전자의료기기, 혈액응고기, 디지털 X선 촬영장치, E.O가스 소독기, 골밀도측정기 등 다양한 전자의료기기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국내 전자의료기기 시장개방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데다 GE, 지멘스, 도시바 등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기존 전자의료기기 업체들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실제로 GE는 합작사인 삼성GE의료기기를 통한 국내시장 공략에서 탈피, 독자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아래 중고 의료기기 보수, 판매, 토털 애프터서비스, 펀딩사업 등 3개 신사업에 대한 시장조사를 이미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도시바는 국내 영업망을 권역별로 세분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멘스, 필립스, 픽커, HP, 히타치, 하니웰 등 세계적인 전자의료기기 업체들의 국내 공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이 활발한 것은 매년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수입규제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며 특히 성장률이 소폭에 그치는 선진국 시장과는 달리 아시아지역은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성장잠재력이 커 우리나라를 동남아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내적 요인으로는 의료기기에 관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for Medical Devices:우수 의료용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제도 시행이 거의 확실함에 따른 시설 및 품질관리에 소요될 막대한 추가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상당수의 영세 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위험마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전자의료기기 시장진출과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시장 공략 강화추세는 부정적인 측면 외에도 긍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대부분 기술경쟁보다는 가격경쟁에 주력하고 있는데 경쟁업체가 대거 등장할 경우 기술개발에도 나서지 않을 수 없어 멀리 본다면 국산 의료기기의 안전성 제고 및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같은 환경변화에 기존 업체들이 능동적으로 대처, 우리 전자의료기기 산업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로 진출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규 가세한 대기업들이 첨단 고가 전자의료기기를 연이어 국산화할 경우 그간 중저가 제품에 주로 의존해온 국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어
이는 삼성GE의료기기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아 그룹 차원에서 각사에 흩어져 있는 이들 의료기기 분야를 통합, 의료기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 업체가 전자의료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할 경우 국산화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가 큰 반면 시장포화로 인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는 기존 전자의료기기 업체들에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올 것이 확실시된다. 이 신사업은 GE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기기 생산업체의 제품에 공동 적용되기 때문에 GE의 기업 이미지와 기술, 자금력 등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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