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庸玉
필자는 지난 10월 11일 강릉 모 FM 방송프로그램 제작진과의 대담에서 강릉지역과 울릉도 사이에 음향장막(Acoustic Curtain)을 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의 잠수함이 나타나기 3일 전의 일이었다. 후일의 일이지만 이 프로그램으로 전 계열사 중 최우수 프로그램 제작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10월 14일에는 경주박물관에서 에밀레쇠북(쇠로 만든 북)의 지중음파 성분과 음향 홀로그래피에 필요한 자료를 성공리에 수집, 11월 22일에는 분석결과의 일부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밀레쇠북의 음향에서 땅 속으로 전달되는 지중음파가 관측된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만이 유일할 뿐 아니라 경주에서 타종한 쇠북소리가 울릉도에서 들린다는 전설이 실제로는 어렵지만 원리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음파는 공기보다 물 속이, 그보다는 땅 속에서 전파하는 것이 속도도 빠르고 감쇠도 적어 보다 멀리 전달되기 때문이다. 들여보내는 것이 어렵지 일단 들어가면 공기 중에서 보다 더 잘 전파된다는 의미이다. 특히 외형이 클수록 낮은 주파수의 음파가 발생하는데 저주파일수록 지중전파가 용이하다. 그래서일까. 에밀레종은 그렇게 큰 자태를 가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며 역사시대 이래로 황해를 제패한 막강한 해양 강국이었다. 그러나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으로 유교가 국시로 되면서 바다는 천민(?)이 활동하는 무대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이래서 서해는 남의 바다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유목 기마민족의 원형질이 살아남아서인지 다시금 활발한 해양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홍콩과 부산항을 거쳐 동해로 빠져 일본 북해도를 거쳐 로스앤젤레스에 이르는 왕복항로(이를 시계추 항로라 한다)가 개발돼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왔다갔다 하는 중이다. 이는 종래 일본 고베항을 거치는 것보다 90해리나 더 가깝다고 한다. 시계추 항로가 동해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은 잃어버린 서해를 대신해 동해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런 판국에 북한 잠수함이 나타났으니 국방상의 문제도 문제려니와 이 항로에 중대한 허점이 있음을 일깨워 준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선인 동해 밑을 보아야 한다. 그러나 바다 밑에도 전파가 도달하리라는 막연한 인식을 갖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해수는 유전율이 매우 낮아 웬만한 에너지로는 전리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며 따라서 수중에는 전파가 도달하지 못하고 현재로는 음파가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동해를 제어하기 위해 바다 밑을 보려면 수중음파를 사용한 소나(음탐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레이더(전탐기)처럼 음파를 이용한 탐지장치다.
또 음향 홀로그래피 기술은 바다 밑을 두부 자르듯이 내다보는 기술인데 이를 강릉∼울릉도∼독도 사이나 대한해협∼거문도∼제주 사이의 국내간에 설치함은 물론 제주도와 상해간, 인천과 산동반도, 독도와 블라디보스토크 간에 음향정보를 주고 받아 한, 중, 러 삼국간에 바다 밑 정보를 공유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들도 이러한 시스템 구성을 열망하고 있으며 삼국이 협력했을 때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가 않는다. 21세기 동북아의 물류거점 형성과 해저 광케이블 건설로 정보통로 건설이 우리의 살 길이라면 바다 밑은 우리의 목줄과 같다. 바다 밑은 이제 컴컴한 세계가 아니라 이미 전략적 활동무대가 된 지 오래다. 잠수함사건이 바다의 중요성과 더불어 음파개발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으면 다행이겠고 더불어 1천2백년 전에 주조된 에밀레쇠북은 음파미디어에 대한 지혜를 연결시켰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무래도 시행착오만을 반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계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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