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판매기 사업은 운영업자의 손이 일일이 가야 하는 번거로운 사업이다. 운영장소의 선정에서부터 재료의 구매, 공급과 판매금액 정산에 이르기까지 모두 운영업자의 몫이다.
전통적인 관리방법으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수동으로 진행됐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운영업자(OP)가 없는 경우에는 특히 그러했다. 자동화를 위한 시스템의 개발이 부진했던 데다 채산성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사이 자판기 원격관리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일부 업체는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판기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는 이미 실용화단계에 접어들었다.
자판기 원격관리시스템은 크게 온라인시스템과 오프라인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다. 온라인시스템은 전화회선이나 무선통신을 통해 판매정보가 리얼타임으로 전송되는 방식으로 판매시점정보관리(POS)개념이다.
오프라인시스템은 운영업자가 핸디터미널 또는 메모리카드를 통해 자판기로부터 직접 판매정보를 받아 그 자료를 영업소나 관리센터에 입력, 전산처리하는 방식이다. 판매시점관리가 아니라 일정주기로 관리돼 운영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대다수 업체가 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산요나 산덴 같은 업체는 이미 무선통신을 이용한 원격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자체 유통망에 보급, 시험운용중이다. 또 일본의 자판기 기술전문 회사인 (주)렉크스는 무선통신을 이용한 원격관리시스템을 개발, 자판기 관리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회사의 시스템은 시내 도처에 있는 자판기의 판매데이터를 핸디터미널로 수집하고 이를 다시 포터블단말기를 탑재한 무선이동국에서 받아 본사의 데이터서버에 전송한다. 이 회사는 이 시스템을 운용함으로써 하찮은 고장으로 인한 난센스콜을 예방할 수 있게 됐으며 기계의 분류부터 시작해 고장접수 및 원인분석, 수리 등을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 이 회사는 경험이 풍부하고 1급자격증 보유자를 동원하고 있다.
국내 업계의 경우 이러한 원격관리시스템의 개발이 아직은 미진한 상태다. 대규모 OP가 없어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판기 업체는 다가올 원격관리시대에 대비해 나름대로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다.
자판기 사업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두산기계가 자판기 판매관리시스템인 ACS의 개발을 추진했었고, 효동전자도 자판기 원격관리시스템인 eT(electronic Telemetry)를 개발했다.
효동전자의 eT는 자판기뿐만 아니라 수도, 가스, 전기계량기 등에도 적용가능한 제품으로, 자판기 컨트롤러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시리얼 포트를 내장하고 있으며 별도의 센서를 8개까지 연결하고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 1대로 커버할 수 있는 자판기는 8대이며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OP에게 전송해준다.
자판기 운영업이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는 것은 인력난이다. 국내 자판기 OP가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원가절감과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이러한 원격관리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며 일본에 이어 국내에도 조만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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