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8)

지 과장은 평상시와는 달리 당혹스런 표정으로 김지호 실장을 바라보았다.

『위성방송?』

『예, 그렇습니다. 위성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지 과장과 같이 있던 통제실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 대리에게 물었다.

『위성시스템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청와대 회선 절체시킬 때부터 신호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확인 안 했나?』

『위성쪽 절체시스템만 고장인 줄 알았습니다.』

『위성지구국과는 연락이 안되나?』

『일반전화는 죽어 있어 통화할 수가 없었고, 비상회선은 지구국과 관제소간의 비상회선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통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위성 장애? 김지호 실장은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위성을 이용하여 절체하도록 계획되어 있는 회선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성에 장애가 발생했다면 자동 절체시스템이 살아 있었다고 해도 위성시스템에 수용되어 있는 회선은 두절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지 과장, 1호 위성과 2호 위성 모두 장애가 발생했단 말인가?』

『실장님, 지금 그것까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1호기를 통하든 2호기를 통하든 위성회선만 정상이면 회선 절체가 가능하게 됩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1,2호기 모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금 지구국과 주관제소, 부관제소로 구성되어 있는 모든 비상회선이 통화중인 것으로 보아 위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 과장, 위성을 통해 절체되는 회선이 무엇이지?』

『제일 큰 문제가 국제전화 회선입니다.』

『몇 회선이지?』

『3천 회선이 조금 넘습니다.』

『다음은?』

『112, 113, 114, 115, 116, 118, 119, 110 등 특수전화 회선의 절체가 곤란한 상황입니다.』

『범죄신고와 화재신고 회선도 절체하지 못하나?』

『그렇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고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114 안내회선도 전회선 절체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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