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의 남자는 그 작은 헝겊조각의 냄새에 도취된 듯 눈을 감은 채 자기 얼굴에 잠시 검은 헝겊조각을 대고 있었다. 두터운 입술과 검은 헝겊조각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천천히, 흑인남자는 그 헝겊조각을 공중으로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았다.
사내는 이제 화면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번에 잡을 수 없는 화면이기 때문이었다. 그 헝겊조각이 어디에 놓이든 한 번 화면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사내의 생각대로 화면이 바뀌었다. 술잔, 남자가 놓았던 테이블 위의 술잔으로 검은색 헝겊조각이 걸쳐졌다.
술잔 클로즈업.
삼각형 자국. 햇볕에 그을리지 않은 자국이 삼각형으로 남아 있는 여자의 은밀한 부분으로 남자가 얼굴을 갖다 대는 모습이, 검고 작은 헝겊이 걸쳐져 있는 술잔에 비쳐졌다. 백인여자, 자신의 앞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흑인남자의 검은손 위에 하얀 자기 손을 포갠 채 금발을 뒤로 길게 늘어뜨렸다.
사내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성이 날 대로 성이 난 자기의 물건을 계속 쓰다듬었다.
9시 방향, C카메라. 사내는 흑인남자의 기괴한 모습이 비쳐지는 술잔의 영상은 9시 방향에 설치된 C카메라에서 잡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뒤로 젖힌 백인여자의 얼굴은 12시 방향, D카메라. 조명은 레드와 블루.
사내는 화면을 주시하며 자기의 물건을 계속 어루만졌다. 음악이 바뀌어 흐르기 시작했다. 「데드 레터」였다.
술잔 다시 클로즈업.
그 술잔에 흑인남자가 일어서서 백인여자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모습이 비쳐졌다. 다가선 흑인남자가 하늘 향해 벌린 여자의 두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입술에 침을 바르고 입맛을 다시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내는 리모컨을 움켜쥐었다. 12시 방향, D카메라 가까이 당겨 스탠바이. 6시 방향, E카메라 스탠바이.
사내는 베개를 허리춤으로 옮겨 자세를 고쳐잡고 화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주시했다.
12시 방향 카메라, 스타트.
『아, 악-』
사내가 리모컨을 조작하자 화면의 음향이 들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머리 부근까지 쫙 벌려 들어올린 여자가 지르는 외마디 소리가 「죽음의 편지」와 섞여 들었다. 사내는 리모컨으로 화면의 볼륨을 높였다. 음악의 볼륨도 높였다.
여자의 신음소리. 재즈. 사이렌소리.
6시 방향 카메라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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