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C 유망기업을 찾아서 (13);CSI

전자산업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의 최고 아킬레스건은 아마도 기반기술, 그중에도 특히 설계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메이드 인코리아」란 꼬리표를 달고 세계시장을 누비는 많은 제품들도 설계분야에서만큼은 아직도 외국기술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선 설계기술이 제품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도곡동 소재 중소 CAD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CSI(ComSystems Integra:대표 이병훈)는 바로 취약한 국내 전자회로 설계산업에 「젖줄」을 제공할만한 유망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직원이래야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5명을 포함, 총 13명에 불과하고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남짓한 자그마한 업체지만 CSI는 「국내 전자설계자동화(EDA)시장을 사수한다」는 거창한(?) 포부를 갖고 있다.

EDA는 주문형반도체(ASIC)이나 PCB 제조공정의 뿌리에 해당하는 아트워크(설계)를 컴퓨터로 자동처리하는 CAD의 대표적인 줄기중 하나.

84년 설립, 오토데스크를 시작으로 패즈소프트웨어·캐드맥스·휴스턴·유클리드·이티그라프·캐드벤스 등 수많은 CAD관련 외국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온 CSI는 이들 유명업체들과 10여년에 걸친 거래에서 자연스럽게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근간으로 최근 PCB아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개발, 이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PCB용 아트워크 프로그램 시장은 현재 「패즈」 「캐드스타」 「P-CAD」등 미국과 일본산이 판치고 있는 분야. 국내 전자산업의 텃밭이라는 PCB산업이 이젠 세계 6위권으로 도약했지만 여전히 PCB설계수준은 하위국으로 분류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CSI는 이같은 현실에 따라 국내 최고의 PCB아트워크 프로그램 개발업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자체개발한 PCB설계용 CAD프로그램인 「윈스케메틱」과 「WinPCB 」등 두 종을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PCB제조공정의 첫 작업인 설계시 도면작성을 지원하는 윈스케메틱과 이를바탕으로 실제 PCB아트워크에 적용되는 「윈PCB」는 비록 국내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주요 외산 소프트웨어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그동안 CAD의 한계였던 아날로그 회로의 섬세한 설계까지 지원하는 등 기능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

실제로 여러개의 PCB를 한번에 생산할 수 있도록 여러개를 한 유닛으로 배열하는 기능(Panelization) △다양한 곡선회로 형성기능 △PCB 생산라인으로넘기는 필름을 뜨기전에 마지막으로 설계도면을 모니터링하는 거버(Gerber)인·아웃기능 △홀의 상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드릴뷰기능 등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점에선 오히려 외산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특히 대부분의 외산제품이 도스환경에서 개발돼 한 화면에서 다중작업이안되고 한글지원이 불가능한 반면 이 회사제품은 윈도를 기본으로 지원하고한국적 정서에 맞춰 개발됐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한글·한자입력 등에서 탁월한 강점을 갖고 있으며 가격도 외산에 비해 30∼40% 싸다.

최근 주 시장인 중소 PCB아트워크 전문업체들을 비롯, 기업·연구소·학교·학원 등 각종 PCB아트워크 시장을 적극 공략중이라는 강규영(29) 개발실장은 『다른 곳은 몰라도 학교나 학원만큼은 우리손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이유없이 기피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며 『멀티칩모듈(MCM) 등 차세대반도체 패키지용 고난도 회로를 자유자재로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아트워크소프트웨어 개발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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