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그룹이 새로 추진중인 반도체 FAB사업이 공장부지 허가문제를 둘러싼암초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아남은 그간 25년 넘게 해온 반도체조립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웨이퍼일관가공(FAB)사업 진출을 위해 기존 이 회사 부천공장을 FAB사업 부지로 확정,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으나 이 지역이 수도권 과밀억제지역으로 묶여사실상 허가받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FAB사업을 위한 정지작업을 활발히 펼쳐온 아남은 올들어 TI등 해외합작선을 내정하고 인력충원에 나서는 한편 일부 핵심장비를 선발주하는 등 발빠른 움직으로 아남의 FAB시장 참여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아남의 이같은 빠른 행보는 공장부지 문제가 표면화되면서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반도체생산 공장부지로 확정한 기존 부천 조립공장이수도권정비법 및 공업배치법 등 현재 반도체업체들의 공장 신증설을 가로막는 법안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현행 법대로라면 3만평이 넘는 부천공장 부지에 생산라인이 들어설 수 있는 부분은 9백평 정도에 불과하다. 부천은 수도권 인근도시로 대표적인 인구과밀 억제지역이기 때문이다.
아남이 부천공장을 FAB사업의 전초기지로 선정한 이유는 후발업체의 최대취약부문이라 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반도체사업 특성상 전력·용수 등 생산인프라시설 및 물류 등도 고려됐지만 아남이 수도권 이외지역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합작투자법인에 주는 각종 세금감면 등 적지않은 특혜를 포기하면서까지 부천을 고집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력수급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아남의 부천공장 가동이 성사될 경우 기흥·이천·청주 등 기존 반도체업체들의 공장입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무조건이 좋은 것만은 분명하며 원격지근무에 불만을 갖고 있는 반도체 3사 엔지니어들에게 상당한 유혹이 될 수있다. 실제로 아남의 FAB사업계획이 알려진 후 반도체 3사가 엔지니어의 이동을 우려해 「집안단속」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아남의 계획은 인구과밀억제 제한지역 조항에 막혀 수정이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아남은 대안으로 충청도 일원이나 광주공장으로 이전을 검토하는 대신 일단 부천공장을 「연구동硏究棟」으로 허가를 받아 지난 3월부터 FAB 건설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아남의 초강수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H사의 한 관계자는 『아남이 연구동으로 허가받은 공장을 FAB으로 전용하려 한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이는 원칙적으로 분명 불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S사의 한 관계자도 『공장 신증설문제는 반도체업계 공통의 애로사항인데 유독 아남에만 특혜를 주는 인상은 시정돼야 한다』며 정부가 아남의 이같은 움직임을 묵인하려 한다는 소문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 아남은 공장부지문제에는 언급을 회피하면서 『FAB사업 진출 공식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합작선인 TI 제킨스 회장의 갑작스런 유고 등으로 인한 최종협상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체적인 문제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남의 현재 입장과 여러가지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부천공장이 불가능할 경우 반도체 FAB사업 진출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대다수 업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아남은 특히 지난 79년 FAB사업 진출을 위해 「아남반도체」를 설립하고구미에 2만4천평의 공장부지를 확보하고서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포기한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재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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