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산업 "침체의 늪"서 허덕

지난 94년까지만 해도 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자동판매기 산업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산전·삼성전자·롯데기공 등 국내 자판기업체들은 최근 주력 품목이던 커피 및 캔자판기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커피·캔, 커피·음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자판기 출시에 주력하고 있으나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94년 이후 생산시설을 확장한 대기업은 생산량을 줄이는 등 감량경영에 돌입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해 대우전자 등 일부 업체가 중도하차했으며 자금력이 취약한 자판기 부품업체와 특수자판기를 제조하는 중소업체의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올들어서만도 토큰자판기와 커피자판기를 생산하던 제일산전이 신원그룹에 합병되면서 자판기사업을 포기했으며 코인메커니즘·지폐식별기 등을 생산하던 새샘코리아도 문을 닫았다. 또한 자판기 시장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먹는샘물자판기 업체들은 이 시장 불황에 따른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

자판기 지폐식별기 업체인 한국콘럭스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서 월평균지폐식별기 및 코인메커니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각 업체들이 자체생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전체적인 자판기 생산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20%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자판기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은 자판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커피·캔 자판기가 포화상태에 도달한데다 중소업체의 난립으로채산성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판기 업계는 심각한 불황 타개를 위해 대기업은 2종∼3종 동시판매가 가능한 복합자판기 개발에 주력하고 중소기업은 소량생산에 적합한 식품자판기·완구자판기 등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는 등 묘수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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