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콘크리트 숲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능형 빌딩시스템이 사무환경의 쾌적성확보 차원을 넘어 미래 사이버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가 현대기술의 결정체라면 지능형빌딩은 전자·정보·통신기술의 집합체. 이제 건물은 기업경영에 필요한 단순 공간확보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거대한 정보덩어리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편집자주>
건물내의 호스트컴퓨터와 지문·화상보안시스템이 착란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엘리베이터가 살인무기로 변하고 자동문은 최첨단 단두대로 표변, 컴퓨터 회사에 근무하는 여자 주인공 셔리를 위협한다. 80년대 초반에 제작된 SF영화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능형빌딩의 폐해를 실감나게 묘사한 「컴퓨터인간 프로메데우스」의 장면이다.
이처럼 선진국의 전유물로 영화속에서나 등장했던 지능형빌딩이 최근들어미래 정보화사회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능형빌딩은 최근들어 그룹웨어 형태의 사무자동화(OA)나 네트워크중심의 정보통신(T/C)이 합세하면서 80년대 후반의 단순 빌딩자동화에서 탈피, 현대문명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기업에게는 경쟁력을, 국가적으로는 초고속망 구축 등과 관련된 정보망구축의 전진기지로 그역할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따라 정보화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사옥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재벌그룹사들을 비롯, 은행·전자정보통신업체와 공공기관은 물론 사무전용 임대빌딩을 건축하는 일반인들까지 요즘은 기본사양으로 지능형 빌딩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그동안 첨단정보화빌딩의 수준은 대략 4단계로 나누었으나 최근 5세대 시스템 개념이 등장함에 따라 발전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건축관계자 및 전자·정보통신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등급은 빌딩자동화(BAS)·사무자동화·전화 등을 부분적·개별적으로 도입, 독자적으로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이다. 이들 기능들을 부분적으로 통합하고 입주자에게 통신 등을 공용서비스 할 수 있는 수준이 2등급이다.
또 고도 통신기능을 갖추고 정보 거점역할을 할 수 있는 토털솔루션을 구비, 다른 빌딩들과 정보교환이 가능한 수준이 3등급. 위성통신을 이용한 광역네트워크 구성과 디지틀 종합통신망(ISDN)의 실현이 가능한 텔레포트형의첨단빌딩이 4등급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나 일본에서 건축하고 있는 첨단빌딩이 3등급수준이며 지난 2∼3년간 국내에는 신축한 빌딩이 2등급 수준이다. 그러나 포스코를 비롯 삼성과 현대그룹이 잇따라 최첨단 빌딩을 건축함에 따라 한국도3등급으로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빌딩자동화 수준이 3단계로 격상되면서 빌딩자동화업체들이굳게 지켜 온 IBS시장 판도도 급변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최근들어 IBS 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강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스템이 종합화될수록 단위기기나 시스템간의 인터페이스화와네트워크화가 핵심요소로 등장하고 이 부문은 SI업체들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BAS관련분야의 시스템통합은 전문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해왔으나 최근들어 개방형 프로토콜에 의한 SI개념으로 진전되면서 각 분야의 고유시스템을 그대로 살리면서 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어 기존업체들의기득권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인텔리전트 빌딩 관련업체는 LG하니웰·나라계전·삼성전자·대우전자 등 전자업체, 현대정보기술·포스데이타·농심데이타시스템·두산정보통신·한전정보네트워크 등 SI업체, 랜디스기어 등 외국업체, 그리고 공조시스템 등 특정분야의 전문업체와 컨설팅·설계·시공 등 특정분야를 전문적으로하는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1백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중 25개 업체 정도가비교적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이며 10여개 업체가 종합솔류션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컨설팅부문을 포함한 IBS시장규모는 대략 9천4백억원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으며 매년 20~30%의 급신장세를 기록, 오는 2천년에는 하드웨어 1조원에 SI등 소프트웨어분야 1조원 등 약 2조원대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황금어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텔리전트 빌딩시스템 시장을 선점키위해 국내 관련업체들은 대부분 미국기업과 기술협력관계를 맺었다. 또한 컨설팅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영업전담인력을 매년 크게 늘리는 등인텔리전트 빌딩시스템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특히 LG하니웰·삼성전자·현대정보기술·나라계전의 경우 독자적인 BAS시스템을 개발, 동남아시장을 대상으로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IBS도입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IBS구축에 걸맞게 건축·통신·전기 등 관련법규의 개정이 전면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빌딩구내에 인입되는 구내회선수를 정보통신 수요증가에걸맞게 일본처럼 10평방미터당 2~3회선으로 대폭 상향조정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배선공간도 각층 바닥면적의 일정비율 이상을배선샤프트(EPS)면적으로 해야 하며 방화구획시설은 예외규정을 마련, 신축성있게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건물주들이 지능형빌딩시스템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감가상각 기간단축 및 세제혜택 등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정보화인프라의 하나인 지능형빌딩 신축을 촉진하기 위해 감가상각기간을 45년에서 15년으로 단축시키는 조치를 취한바 있으며 일본 역시 민활법을 제정해 지능형빌딩의 초기년도 감가상각비율을 20%로 책정하는등 지능형빌딩산업 육성을 위한 세제상의 특례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시공업체 육성 및 체계적인 기술인력양성도 정부와 업계가 같이 풀어야할과제이다.
전기통신사업자의 범위를 기계선로전송 등 유선통신설비를 위주로한 현재와 같은 체계로는 고도의 지능형빌딩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 또 다양한부분을 통합해야 하는 건물내·외의 통신은 전문인력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빌딩관리전문업체들이 인력양성에 나서고는 있다. 그러나 기존인력으로 향후 수요를 대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BAS·OA·T/C 등이 통합된1개 건물의 시스템을 관리하는데도 많게는 1백명에서 적게는 60여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급속히 신장하는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오는 2천년까지 1만명이상의 전문관리요원이 필요하다. 기존인력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도 매년 1천5백여명의전문인력이 양성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한국형 IBS의 모델도입과 함께 IBS시스템 공급업체들을 육성하기위한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빌딩의 IBS화 없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초고속정보망도 헛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IBS은 빌딩에 생명을, 인간에게는 미래 정보화사회의 편리성을 느낄수있게 하는 주역임에 틀림이 없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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