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43)

『자, 그럼 어디 가서 뭐라도 마실까요?』

로비를 둘러본다.

『그럴 만한 데가 있으면 말입니다.』

『저기 저 라운지는 어때요?』

로비 건너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아베가 묻는다.

『앞서가시죠.』

고비는 아직도 강렬한 흰색에 익숙하지가 않다.

『아베라고 불러주세요. 유키는 너무 딱딱해서요.』『저는 프랭크라고 부르시죠.』

『좋아요, 프랭크.』

수줍은 듯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그는 로비 끝에 따로 떨어져 있는 흰 가죽소파로 그녀를 따라간다. 키보디스트 하나가 흰 야마하 그랜드피아노에 기타로 음율을 치고 있다.

앉는 순간 둘의 무릎이 스친다. 유키는 당황하여 기모노의 옷자락을 여민다.

『오늘 일은 잘 보셨어요?』

그녀가 묻는다.

『야즈 씨, 참 좋은 분이죠?』

『네, 그렇더군요. 오늘은 아주 생산적이었습니다. 야즈 씨하고 치바시에갔었죠.』

그리고는 그녀의 반응을 살핀다. 그녀는 의자에서 자세를 다시 한다.

『아, 치바시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해커들로 유명하죠. 재미있는 곳이랍니다. 좀 특별하죠.』『맞아요.』

고비가 동의한다.

『괜히 사요나라시라고 부르는 게 아니더군요.』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눈을 마주본다.

『그러게 말이에요.』

『자, 유키 씨. 아니, 아베…….』

스스로 수정하면서 말한다.

『가족들과 함께해야 할 시간에 이렇게 저를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가족이 없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실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뉴도쿄에는 처음이시죠? 플럭스도 처음이시구요.』

『네, 그렇습니다.』

그녀가 본론에 들어가는 걸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눈에 보인다.

『이렇게 오셔서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가 부드럽게 말한다.

자신을 더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며 그녀가 다시 옷자락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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