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난 2월 미국 세마테크와 유사한 조직인 첨단반도체기술주식회사(ASTI)를 결성했다고 발표,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을 놀라게 했다. NEC·도시바·히다치 등 10개社가 모여 만든 ASTI의 설립목적은 12인치(3백㎜)웨이퍼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기술 및 장비를 공동개발하겠다는 것. 이를위해 업체별로 각각 5백만 달러씩을 출자해 5천만 달러의 자본금을 만들고히다치에 공동 클린룸을 설치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ASTI 결성소식은 최근 세마테크를 중심으로 12인치 웨이퍼 시장공동대응을 모색해온 미국·한국·유럽의 반도체업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는 한·미·유럽 연합에 대한 일본의 정면대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본의 强手에는 그간 미국과 한국에 느껴온 위기의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최근 산·학·연 협력체제를 통한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에 성공한 미국과 D램을 앞세워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한국에 끼어 경쟁우위를확보키 어려운 상황이라는데 대다수 일본 업체들은 공감하고 있다.
특히 지난 93년 미국에 반도체 정상의 자리를 내준 후에는 더이상 정부주도의 육성책만으로는 반도체 무한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 나가기 어렵다는인식 또한 팽배해지고 있다. ASTI 출범 배경에도 바로 이같은 상황을 직시한 통산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94년 8월에 창설된 반도체산업연구소(SRIJI)는 이런 취지로 업계가 힘을모은 첫 작품이다. 일본은 美SIA를 모방해 만든 SRIJI를 통해 전문엔지니어 양성과 첨단기초기술연구 확대, 그리고 국제협력관계강화 등을 통해 그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책적인 대안을 수립해 시장지배력을 되찾는다는 야심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기술발전의 촉진을 위해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고도 정보화시스템의발전방향을 제시한 후 그 실현에 필요한 반도체 및 관련산업의 장기적 기술발전계획을 산·학·연의 공동 참여아래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 재료·프로세스기술·설계기술·소자기술·제조설비·검사장치 등 반도체에 관련된핵심기술을 총 망라해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장기적으로 고도기술을 요하는 개발기술들의 로드맵을 작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세가공의 기술혁신에 따른 코스트경쟁력 확보와 고부가가치 제품의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업체간 공동연구개발을 유도해 엄청난 투자리스크를줄이는 한편 중복투자를 막는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문 기술인력 육성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판단,최근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설계한 반도체 레이아웃 디자인의 시제품 칩 제작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 구축 노력은 두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선 하나는 지난해 미국의 SRC를 본 떠 만든 반도체기술대학연구지원센터(STARC)의 활성화이다. 반도체기술 연구와 설계교육의 촉진을 위해대학 연구인력 확충과 연구 환경개선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일본 반도체 기술인프라 구축의 핵을 이루고 있다.
일본 반도체업계와 통산부는 STARC를 출범시키기 위해 사전에 해외의대학 프로그램을 철저히 조사했다. 특히 미국의 MOSIS제도를 도입해 일본에 접목시키기위해 노력했다. 칩의 시험제작도 비교적 쉬운 디자인 룰 0.5미크론의 게이트어레이부터 시작해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방향은 현재 개발을 진행중인 우수한 시험용 제품들을 선정해이를 사업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연구소 중심의 지원계획이다.
과학기술청의 산학연 기술지원프로그램인 JRDC로 대표되는 이 지원책은 연구소 운영이 여의치 못한 중소기업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참여단체의 연구시설을 중소업체들에게 빌려줘 연구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취약한 이들에게 전국에 연결된 공동센터망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연구개발의 진척도를 알려줘 사업화의 전체일정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기술인프라는 산·학·연 공동연구체제 구축을 위해 이처럼대학연구소와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큰 가닥을잡아가고 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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