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31)

『그래, 앞문말고 다른 문은 어디에 있죠?』

『위층 마리방을 통해서 나 있소. 그런데 지금 거길 가면 별로 안 좋아할것 같아서….』

『망할 놈들!』

야쿠자들이 문을 뜯어내자 마모가 소리친다.

고비는 곧장 야즈를 뒤쫓아 계단을 올라간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데와 왕의 등에 붙어 있는 심홍색 그림자가 아까보다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목에는 12세기 거미줄집이 드리워져 있다. 몸에 털이 많이 붙은 것으로 보아 거미들은 방금 식사를 끝낸 것 같다.

꼭대기 층에 이르자 그들이 찾던 것이 눈에 띈다. 캔버스 한장이 문으로쓰이고 있다. 야즈가 끈을 풀자마자 둘은 마리의 방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실내에 눈이 익숙해지는 데 잠시 시간이 걸린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고 기름램프의 껌벅거리는 불빛이, 한창 정사중인 두 남녀를 비추고있다.

코일 카펫처럼 둘이 엉켜 있다. 두 육체가 서로에게 탐닉하여 내는 신음소리와 거친 호흡이 들린다. 사랑의 둥지 위를 360도로 돌면서 공중화면은 에로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줄이 침대 위로 흘러나와 정글을 가로지르는 초록색 광학섬유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둘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네트워크된 상태가 아닌가!

침대에서 산요 에로스자이저에 연결된 케이블을 보고서야 고비는 알아차린다. 그는 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카주라 호에 있는 인도의 절에서 본것과 똑같다.

신과 여신, 님프와 데바, 그리고 뱀과 이상한 날개를 한 짐승들이 통정을하고 있었다. 불확실한 식욕을 가진 동물들만이 하는 짓을 하는 불확실한 식욕을 가진 동물들이었다.

『박사님.』

야즈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가야 합니다.』

고비가 막 발을 떼는 순간 케이블 위로 넘어진다. 제기! 온 방에 불꽃이튀기 시작한다. 연결 케이블을 찼나 보다.

연결 서킷이 중국산 불꽃놀이처럼 터진다. 탁! 탁! 탁!『으음….』

위에 있던 여자가 오르가슴에 이르기 직전의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

여자의 파트너가 발딱 일어난다. 단발머리를 한 여자이다.

뒷문으로 나가는데 여자의 무거운 젖가슴이 보인다. 젖꼭지걸이가 광학섬유로 된 브래지어 위로 튀어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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