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자동창고 "계열사 내부수주" 왜 문제인가

*높은 계열사 내부수주비율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들의 물류자동화에 대한 관심 및 투자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물류사업이 매우 유망한 사업분야로 각광받게 됨에 따라 삼성.현대.LG.대우 등 국내굴지의 대그룹들을 비롯,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자동창고시스템 및 물류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를 기준으로 2천8백억원 남짓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수주정책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품질저하 및 부실공사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며, 더나아가 자동창고시스템 업계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전체시장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룹 계열사내 수주비율이 너무 높은 것도 국내 자동창고업계의큰 문제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계열사 수주비율은 업체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적게는 15%에서많게는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신생 및 후발업체일수록 이같은 비율은 더욱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이같이 높은 계열사 의존도는 내부자 거래에 해당하지않는 한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전체 자동창고시스템 시장을 놓고본다면 부정적인 측면이 매우 강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문제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전문 중소업체들의 도산 및 경영난 가중과 수요자 측면에서 볼 때 더욱 자사에 유리하고 좋은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다는 측면을들고 있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창고시스템의 특징 등으로 인해 자동창고 건립 여력이 있는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물량을 거의 전량 자체 소화함에 따라 기술력을 인정받는 전문 중소업체일지라도 수주의 기회조차 없어져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같은 추세에 따라 중소 물류자동화기기 업체인 동진기계를 비롯,유일.삼신 등 다수의 업체들이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부도를 냈으며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자동창고시스템 시장의 약 30%를 점유, 최대의자동창고시스템 전문업체로 자리매김됐던 신흥기계는 현재 대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평가다. 신흥기계는 이같은내수시장에서의 어려움을 만회하기 위해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지난해 일정 정도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까다로운수출요건 등으로 인해 장래가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계열사 내부에서 수주가 이뤄지는 것은 자동창고를 설치하는 업체에게도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중량물을 보관하는 자동창고나 냉동냉장자동창고 등 특수형 자동창고의 경우 계열사 내 업체보다 타업체가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음에도불구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계열사에게 설치를 맡김으로써 자사에 보다 유리한 시스템을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계열사는 타업체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아가며 공사를 진행하게 되지만 노하우를 1백% 전수하는 업체는 하나도 없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보니 타그룹 계열사의 발주가 있더라도 그 그룹이현재 자동창고 사업에 참여하고 있을 경우 대부분의 기업이 입찰에도 불응,건전한 기술경쟁을 통한 자동창고시스템 산업의 발전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물론 각 업체마다 계열사 수주비율을 대폭 낮추고 외부 수주비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열사 물량은그대로 확보한 후 그 외의 수주도 늘리겠다"는 것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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