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29)

고비는 다시 창문턱으로 간다. 하라다의 몸 위로 빛이나오고 그의 머리에서는 한 줄기 광선이 빛을 발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끝장이다.

고비는 저 거미줄 같은 7만2천개의 생명선에 기(기)를 흘려 보낸다. 피와바람, 호흡이 그의 중앙 채널로 몰려들어와 죽어가는 남자에게서 새나가는부드러운 액체의 빛에 연결될 때까지 솟구쳐 오른다.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 다운로드의 기운이 너무나 날래고 세차다.

얍!!!

방 안의 불이 꺼지고 고비는 바람 같이 빠져 나온다.

한국 수호신들은 지금도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곽을 넘어서자마자클라우디아가 가까이 다가온다.

크게 뜬 눈이 마치 "해냈어요?"하는 듯하다. 28층의 번갯불을 그녀도 보았다.

고비는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기진맥진하면서도 가득찬 느낌이다. 타인의 의식으로 가득찬 느낌. 이 단계에서 의식은 태아의 의식을 가지고있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비의 기는 타인의 의식을 탯줄로 연결한 것이다. 곧 태어날 의식.

클라우디아가 그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축하해요."

그리고는 산소계기를 가리킨다. 빨간색 위험신호가 들어와 있다. 8분 남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둘은 손목의 스케이트를 다시 고정하고 출발한다.

아까의 녹색 그물에 도착하자 클라우디아는 그물을 쳐들어 고비가 먼저 빠져나가도록 한다.

그런데 몸이 반쯤 빠져 나갔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무언가가 가슴을 꽉 조이는데 어찌나 아픈지 잠시 정신을 잃을 정도다. 다시보니 그는 그물 사이로 끝없이 조여지고 있다. 윈치에 잘못 들어갔나?다른쪽에 갔을 때, 그는 어떻게 된 건지 알아차린다. 그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조인 것은 바로 두 다리였다.

이제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 일본인 구조원 곤도였다. 반들반들하게 문지른 바둑알처럼 차고 검은 눈이 고비의 가슴에 머물자 손은 어느새 고비의산소통을 낚아챈다.

고비는 다시 정신을 잃는다. 그때 클라우디아가 골프 클럽을 들고 나타난다. 대나무 칼처럼 휙!하고 내려치는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보인다.

곤도의 머리가 뒤로 풀썩 넘어가고 고비는 이제 쓸모없는 산소튜브를 매달고다시 바람빠진 풍선처럼 떠다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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