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정보기기 얼굴이 바뀐다 (4);외국의 사례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들의 디자인 차별화전략은 국내업체들과는 다소 다르게진행되고 있다.

사내에 디자인담당자가 있는 것은 국내업체와 유사하지만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이를 자체 양성하는 국내기업들과 달리 외국업체들은 전문디자인업체의용역을 통해 제품디자인을 설계한다.

실제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일본의 소니가 자체적으로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전문디자인업체에 용역을 주는 형태로 제품을개발한다. 이때 제품별로 각기 다른 디자인사와 거래를 하기도 하지만 기업이미지의 통일을 위해 한 업체와 장기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내의 디자인담당자도 전문디자인업체에서 파견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들은고용업체와 10년 정도의 장기계약을 맺고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영국의 펜터그램을 비롯해 미국의 루나와 프로그, 독일의 포르셰, 일본의덴쓰 등이 정보기기 디자인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전문디자인업체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 여러개의 지점과 현지법인을 두고 각 나라별로 그해의유행을 창출한다.

개발 및 디자인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제품출시 전까지는 극비로 진행돼업체별 디자인전략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미HP와 애플의 경우 미루나사와, 에이서는 프로그, 패커드벨은 미디자인컨티늄사와 각각 긴밀한 관계를맺고 있다.

비용도 각 프로젝트별로 다르게 책정되지만 한 건당 미화 10만달러나 일화8백만엔 정도가 일반적인 지출액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업체별로 출시한 정보기기들의 디자인차별화 현황은국내업체들보다는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시장에는기능과 외적 수려함이 겸비된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고 지난해 컴덱스쇼에는 기발한 외형의 정보기기들이 세인의 발목을 끌었다.

전자제품의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로는 네덜란드의필립스사와 일본의 소니사가 꼽힌다. 이들은 자체에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며디자이너 양성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필립스사의 경우 6개국에서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이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수가 3천여명에이른다. 이에 힘입어 이들은 이미 가전분야의 디자인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굳힌 상태다.

하지만 필립스와 소니는 가전에 역점을 두고 있어 정보기기 디자인분야에는아직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보기기분야에서는 오히려 대만의 에이서와 미국의 HP가 디자인차별화에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따라서 정보기기 전문 디자이너들은 현재 이들의향후 출시제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70년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계적이고 딱딱한 디자인의 제품만을 출시해왔으나 지난해부터 파격적인 변신을꾀하고 있다.

전세계 프린터 시장에서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HP사는 지난해 출시했던 A4크기 레이저프린터 "5L"제품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받았다. 기존 레이저프린터들이 모두 상자모양의 외형을 취하고 있는 것과달리 "5L"은 제품 윗부분을 언덕처럼 곡선처리한 후 용지 삽입부분을 돌출시킴으로써 네모난 상자라는 프린터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던 것.

대만의 에이서는 PC분야에서 대담한 색상과 선처리로 돌풍을 일으키고있다. 지난해 11월 "TV같은 PC"라는 부제로 해외시장에 선보였던 "아스파이어"시리즈는 향후 에이서가 보여줄 디자인의 파격을 충분히 예상케한다.

"아스파이어"시리즈는 모든 부분들이 이전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패션가전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에이서는 왼손잡이 사용자를 위해 CD롬 드라이브를 본체 중앙에 부착시키는 것을 비롯해 사용자의 취향과 편리를 최대한 반영한 제품을 만든다는것을 모토로 지난해 4분기를 시작으로 디자인을 차별화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할 방침이다.

이밖에 필립스의 일부 PC사업부분을 인수한 미디지털을 비롯, 일도시바,미컴팩 등이 디자인차별화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미IBM도 이를 위한 내부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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