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력 키워야 전자산업 산다

전자산업이 국가의 중추 산업으로서 눈앞에 바짝 다가온 "1천억달러 수출" 을주도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컴퓨터.통신.반도체를 포함하는 전자산업은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산업으로서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시책을 보면 이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같다. 세계 각국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를 맞아 개방속에서도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최근 WTO 기본 통신협상과 관련한 공청회에서 밝힌 "최초 양허안"은 이런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관련업계 관계자와 일반 국민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오는 98년부터 국내 기간통신사업에도 외국인의 지분 참여를 50%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98년에는 세계 유명 통신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 전화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또 오는 2000년에는 외국인이 자기자본만으로 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통신시장을 완전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제네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WTO 기본 통신협상에서 자국 시장에 관한 최초 양허 계획서를 제출한 나라는 미국.EU.일본 등 선진 10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 개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선진국과의 경쟁대열에 스스로 뛰어들려 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이제 4년 앞으로 다가온 2000년에는 시장을 전면 개방、 외국업체들과 맞대결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그만한 경쟁력이 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진국의 일류업체들과 정면으로 겨뤄 우리가 이기기 어렵다는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WTO체제가 대세이니 어쩔수 없다고만 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발표한 내용이 일본.캐나다보다 개방수 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전에 매듭지은 자동차협상만 해도 우리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끌 려다녀 중대형 승용차의 세금을 대폭 내리고 말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것을두고 한.미 양국간의 협상에서 백기를 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수 입선 다변화정책에서 드러나고 있는 정부의 태도도 최근 비판의 대상이 되고있다. 수입선 다변화정책은 외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제도로서 선진 국과의 통상협상에서 빌미가 되는 면이 없진 않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산업보호에 필요해 제정되었다면 정부가 스스로 이를앞당겨 허물어뜨리는 것 같은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오는 98년 까지 수입선 다변화 품목을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는 유지한다는 지금까지의방침을 바꿔 전면해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상당수 품목이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또 WTO체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WTO체제가 대세임은 분명하다.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도국에 개방 압력을 넣어왔다. 원래 협상테이블에서는 반드시 주고받는 것이 상례임은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 익히 보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협상조차 해보지도 않고 쉽게 문을 열어 선진국에게 빌미만 잡히지 않겠다는 발상을 가진 듯이 보인다.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슈퍼 3백1조로 위협해도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대세에 밀려 개방일정을 발표하기 전부터 외국업체들은 벌써 우리 시장에 깊숙히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일본 최대의 가전업체이자 세계 최대의 가전업체인 일본 마쓰시타가 국내 중견 가전업체인 A사와 손을 잡고 일부가전제품을 국내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1대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프로젝션TV 등 고가의 일본산 제품은 판매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이나버렸다는 보도이다.

또 일본 히타치를 비롯한 알렌브래들리.ASA.지멘스 등 외국업체들도 우리나라의 산전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국내 진출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산업은 대만처럼 일시에 붕괴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여 있다. 비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전산업이 그러하다면 통신.산업전자 등 어느 것도 안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시장을 지키는 것은 일차적으로 우리의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경쟁력이 강한 선진국조차도 외국에 대한 경쟁에서 는상당부분 정부가 나서서 국내 기업체를 도와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개방 체제 속에서 우리 산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 이를 실행 토록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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