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기에서도 굳은판(하드디스크)처럼 들고나는(입출력) 속도가 느린 장치 를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고안된 방법이 바로 "캐시(cache)"다. 캐시의 일반적인 뜻은 "저장소" "감추어 둔 보물"인데 이를 "시렁"으로 순화한 것이다. "시렁"이라면 물건을 얹어두기 위하여 2개의 긴 나무를 건너질러 선반처럼 만든 것을 말한다. 창고에 이 물건 저 물건을 아무렇게나 처박아 두면 찾기도 어렵고 물건도 상하기 쉽다. 시렁은 물건을 잘 정리하여 찾기에 용이하도록 고안된 장치다. 또 시렁을 질러 두면, 공간의 활용률이 높아진다. 자주 쓰는 물건을 손이 잘 닿는 시렁에 얹어 두면 활용하기가 좋아진다.
전산기 시렁의 원리는 "저장 장치에서 가장 최근에 읽은 내용은 다시 읽혀질확률이 높다"는 확률론에 근거하고 있다. 운용체계(DOS) 상에서 목록보이기 DIR 명령을 처음 내리면, 굳은판을 돌린다는 불이 들어 온다. 다시 한번같은 명령을 내리면 굳은판을 돌려보지 않고도 곧 바로 앞서 보여주었던목록을 다시 보여 준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바로 시렁 때문이다.
시렁이 설치되어 있는 체계는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예를 들어 "일기"라 는서류철을 편집하고 이를 굳은판에 저장하면 이 서류철은 굳은판뿐 아니라똑같은 내용을 시렁에도 올려 둔다. 만일 "일기"를 편집한 다음에 "편지" 엽서 등의 서류철을 다시 편집하여 시렁으로 정해둔 기억장치 용량을 초과 하게 되면 "일기"는 불행히도 시렁에서 밀려난다.
더 늦게 편집한 다른 서류철들이 밀어내지 않는 한 "일기"는 시렁에 남아있게 되며 이 서류철을 다시 불러올 경우 굳은판으로부터가 아니라 시렁으로 부터 불러오는 것이다. 굳은판을 덜 뒤지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보장받을 수있고 굳은판 자체의 수명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김병선 국어정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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