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배트맨 포에버

우리에게는 영화로 알려졌지만 배트맨은 원래 만화의 주인공이었다. 배트 맨은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바로 그런 인간적인 면모 때문에 오히려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악당들과 싸우다 수시로 다치곤 하는 그는 정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는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배트맨 시리즈가 획득한 인기의 비밀은 결코 배트맨에게 있지 않다. 인기의 비밀은 오히려 악당들에게 있다. "배트맨"을 생각해보자. 누가 더인상적인가 배트맨(마이클 키튼 분)인가, 조커(잭 니콜슨 분)인가? 배트맨 마이클 키튼 분)인가, 펭귄(데니 드비토 분)인가? 배트맨(발 킬머 분)인 가, 투 페이스(토미 리 존스 분) 혹은 리들러(짐 캐리 분)인가?조엘 슈마 커 감독의 "배트맨 포에버"는 팀 버튼감독이 만든 독특한 "배트맨1, 2"를 극복하려는 안간힘이 보이는 작품이다. 그 당시 세트장이 그러하고배트 모빌/ 배트윙/배트보트와 특수분장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겉치레에 불과하다. 조엘 슈마커 감독은 팀 버튼의 배트맨과 구별하기 위해 두가지 중요한 시도를 한다. 그 하나는 인물의 성격에, 다른 하나는 배트맨의사랑으로나타난다. "배트맨 포에버"에 나오는 인물들은 죄다 정신분열자들이다. 그 대표격은 이름이 일러주듯 투 페이스이다. 투 페이스는 머리에서 발끝까지가 수직으로 양분된 인물이다. 그도 처음부터 악당은 아니었다는 증거를 흉물스럽지 않은반쪽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악을 즐긴다. 한쪽 면에 자신의 흉물스런 얼굴을 새겨놓은 동전을 던져 악행을 참느냐, 저질러버리느냐를 최종 결정하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에게 악행이란 즐거운 게임이 되고 있음을 알게된다. 리들러도 그렇다. 리들러는 애초부터 편집증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지나 친 연구로 인해 아울러 피해의식이 심해져서 사이코가 되어버린 인물이다.

브루스웨인 또한 다르지 않다. 그도 두 얼굴을 하고 있다. 백만장자와배트 맨이라는 그의 두 얼굴은 어렸을 때 부모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는데서 비롯되었다. "배트맨 포에버"는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조엘 슈마커는 이 영화의 제목을 "배트맨 포에버"라고 부름으로써 "배트맨4"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차단해버렸다. 그렇다면 배트맨 시리즈는 어떻게 끝날 수 있었을까? 조엘 슈마커는 그 해답을 사랑에서 찾는다. 체이스 메리디안(니콜 키드만 분)을 사랑하는 순간 배트맨은 어린 시절의 외상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배트맨 역할도 청산하게 된다.

브루스 웨인을 만나기 전까지 체이스는 배트맨의 열렬한 팬이었다. 배트맨 과 브루스 웨인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체이스가배트맨보다도 브루스 웨인을 더 사랑하게 되는 순간 배트맨은 사라진다. 브루스 웨인은 강박관념 에 시달리는 배트맨이기를 그치고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재미있지만 "배트맨 포에버"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의의 사자는 왜 꼭 백만장자인가? 같은 배트맨이면서 로빈은 왜 배트맨 같은느낌을 안줄까? 투자액수 차이일까? 영화속의 투 페이스도 이같은 의문 에사로잡혀 있다. 그는 중얼거린다. "박쥐야, 넌 죽지도 않냐/배트맨은 왜 우리보다 인기가 좋은거지?" 채명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