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석 감독의 "총잡이"는 결혼한 30대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박대서 박중훈 분)는 소심한 샐러리맨이다. 그는 TV와 신문이 연일 보도하는 강력사건 때문에 주눅들어 있다. 회사에서는 아이디어를 독촉하는 부장한테 번번이 치이고, 가정에서는 자신보다 늦게 귀가하는 아내(이화란 분)에게 오히려 힐책당한다. 아내와 딸아이가 보고 있는 데서 폭력배들에게 수모를 당한 바 있는 불운한 사나이다. 요컨대 그는 남성으로서의 권력을 상실한 사내 이다. 그가 권력을 회복하는 것은 꿈에서이다. 그는 현실에서 당한 굴욕을 꿈에서푼다. 꿈속에서 그는 "투 페이스"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폭력배들에게 잡혀와 아내가 강간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불행한 자이지만 머리에 뒤집어쓴 스타킹이 벗겨지는 순간 강간자 또한 자신이었음을 관객은 보게 된다. 꿈속에서 그는 너무도 행복하다.
박대서는 왜 그렇게 살까. 그러나 이렇게 물을 일이 아니다. 박대서는 30대 샐러리맨의 전형이므로 그들이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어야 한다. 그렇게 묻는 순간 이 영화를 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얻게 된다. "총잡이"는 남자들이 왜 힘을 잃었으며 어떻게 하면 다시 힘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는 영화이다.
다시 묻자. 결혼한 샐러리맨은 왜 힘을 잃었는가. 자존심이라는 `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총`을 빼앗아간 힘의 주체들은 아내(돈을 빼앗고 남편의 `남성`을 비웃는다)이며, 회사(돈을 지불하는 대신 굴복하기를 요구한다 이며 폭력배들이다. 그들 모두에게 무장 해제당한 채 술집 전자오락실 목욕탕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그는 누구에게도 인기 없이 무기력하기만 하다. 우연히 베레타 권총 한 자루를 손에 넣게 되면서 박대서는 자신감을 회복한 다. 금지된 물건이지만, 바로 그 금기가 주는 힘 때문에 그는 권력자가 된다. 총을 품고 있는 그는 이제 더 이상 화장실에서 치를 떠는 제약회사 홍보 과장 박대서가 아니다. 그는 터미네이터이며 존 매클레인이며 배트맨이며 레옹이다. 결혼이야기 와 "그 여자 그 남자"에 이어 또 한번의 히트가 예상되는 총잡이 를 만듦으로써 김의석 감독은 흥행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굳게 다지게 되었다. 아울러 이 작품이 창작 시나리오(천명관/홍장호 공동작 라는점은 이 영화를 보는 이중의 기쁨이기도 하다. 박중훈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아끼는 많은 팬들의 성원에 답하는 길을 열 것이라고 본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사건에서 사건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거의 우연에 의해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그렇다. 또 현숙(손보영 분)이 그녀의 아파트 에서 박대서를 "부장님!"이라고 잘못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이 대목이 단지 손보영의 실수로 끝난 점이 아쉽다. 의미 있는 실수도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시 말해서 그 실언은 현숙이가 부장과 내연의 관계에 있음을술김에 암시하는 대목이 되고, 부장을 싫어하는 박대서는 현숙에 대한 매력 을 갑자기 상실하게 되는 근거가 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총잡이"의 건승을 빈다. 채명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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