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텔레비전 졸업식

요즈음 국민학교 졸업식에 가보면 옛날처럼 운동장에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를 모아놓고 교장선생님이 제일 높은 단 위에서 졸업식을 주재하는 모습은보기 힘들다. 그 대신에 교실마다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어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들은 교내 폐쇄 회로를 통해 방송되는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애국가도 부르고 교장 선생님 말씀도 듣고 여러가지 상장과 졸업장을 타는 모습을 따뜻한 교실에서 보면서 졸업식을 치르고 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왠지 서운하고 미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으나 막상 졸업하는 아이들은 별로 크게 괘념치 않는것 같다.

역시 졸업식은 추운데서 발을 동동 구르고 손을 호호 불어가며 서서 치르는것이 뭔가 추억에 남고 졸업식답다고 주장하면 구세대적인 발상이라고 구박 받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졸업식이 끝나면 아이를 데리고 중국음식점에서 점심 사먹이는 것으로 옛날 졸업식을 회상하게 된다.

텔레비전은 전화와 더불어 산업 사회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적인 보급 증가를 보이고,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은 정보 사회를 여는 첫 단계의 징표로 나타나고 있다. 9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텔레비전 보급률은 가구당 1대 이상이고전화 보급률은 1백명당 34대를 돌파하여 산업 사회 마지막 단계를 벗어나고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PC보급률은 5가구당 1대 수준을 넘어서고있어 정보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증거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PC통신이 활성화되면 명실공히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정보의 가치가 극대화되고 정보 전달이 신속하고 광범위한 지역으로 동시에 전파되는 특징을 가진 사회로 이해한다면, 텔레비전의 폭발적 인 보급 확대는 확실히 정보화 사회 진입에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요즈음 웬만한 회사는 자체 방송국을 갖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회장님 말씀을 폐쇄회로를 통해 10만명이 넘는 회사 전직원에게 동시에 들려줄 수 있으며 각급 학교는 텔레비전을 통해 많은 행사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PC 보급 확대와 PC통신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정보사회가 이룩되면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요즈음 방영되고 있는 인기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중에 "그곳에 가고 싶다" 라는 것이 있다. 유명인사 한 사람과 평범한 젊은이 한 사람이 짝을 이루어 우리나라에서 가볼만 한, 그러나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곳에 가서 그곳을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그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가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난 경우보다 훨씬 더 샅샅이, 시간도 절약하며 그곳의 경치를 볼수 있다.

한마디로볼만한 곳은 다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을 보고 "그 곳에서 볼 것은 다 보았으니 이제 그곳에는 갈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나도 한번 가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정보로서 보는 것과 실물을 느끼는 것은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화가 더욱 진전되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게 될 것인가 걱정스러워질때가 있다. 정보화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겠지만 동시에 우리에게서무엇인가를 빼앗아 갈 것이다. 세상에 무조건 좋은 일만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아파트를 생각해보자. 94년말 현재 대략 4백만가구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하니 전국민의 40%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에 살면서 편리함은 얻었지만 추억은 잃어버렸다. 예전에 주택에서는 여름밤 천둥 번개 소리에 가슴졸이기도 하고 겨울 아침 장독대에 쌓인 눈을 보며 포근한 삶의 추억을 만들수도 있었으나, 아파트에서는 사계절 냉난방이 잘 되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추억을 만들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정보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아는 것은 많아지고 생활은 더욱편리해지겠지만 느끼는 것은 점점 없어져 버리는 메마른 사회가 될지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가까이 하고 시를 읊고 음악과 더불어 사는 취미를 갖도록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