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의 품귀로 국내 PC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용산전자상가 도매상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는 486계열 CPU의 값이 큰폭으로 치솟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나마 이제는 웃돈을 주고도 아예 구하기 조차 힘들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CPU 대체품인 ODP및 ODPR마저 동이나이를 주로 사용해오던 조립PC 업체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모처럼 컴퓨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것도 없어서는 안될 핵심부품 이 품귀여서 컴퓨터 제조업체들의 애태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컴퓨터수요가 늘어나 CPU를 구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값이 오르는 것은 상례로 되어있긴 하다. 그러나 최근의 사정은 그 정도나 양상이 분명히 예년과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인텔 CPU대리점이 지난 1월중순부터 인텔사로부터 선적 물량이 줄기 시작、 2월부터는 아예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로인해 용산 전자상가에서 거래되는 486계열 CPU가격이 2월부터 거의 하루에 5천원씩 상승 현재는 개당 17만원을 호가하고 있다.이는 지난해말에 비해 5만원정도 상승한 것이다. 특히 486DX2/66CPU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텔사로부터 CPU를 직접 공급받고 있는 삼성.LG.삼보등 컴퓨터메이커들도 최근 486계열 CPU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일부제품의 경우 생산차질을 빚고있다고 한다. CPU가 있어야 컴퓨터를 생산할 수 있는 PC업체들에게는 이는대단히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장사는 커녕 제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 컴퓨터업계는 CPU파동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486계열 CPU파동이 일어난 이유는 세계 CPU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인텔사의 펜티엄 드라이브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텔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펜티엄을 앞세워 586시대를 열기위해 486계열 CPU생산 을 대폭 감축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실 인텔은 286、 386、 486 CPU시대로 이전될 때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 그간 컴퓨터세대 변화를 주도해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펜티엄 드라이브 정책도 이미 1~2년전부터 공론화돼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펜티엄칩 결함에다 IBM으로 대표되는 "파워PC 칩"진영의 반격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인텔은 칩 결함을 이유로 펜티엄으로 세대교체를 늦출 경우 시장판도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기존 영업전략 그대로 강행하고 있어 더 문제다. 이는 인텔이 현재 펜티엄 칩 광고를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펜티엄으로 세대교체하려는 인텔의 정책이 확고한데다 AMD、 사이릭 스등인텔 호환CPU 생산업체들의 판매량이 극히 미미해 국내 486계열 CPU의 품귀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로인해 대규모 CPU밀수 조짐마저 일고 있어 유통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컴퓨터 기술발전 추세로 볼 때 PC시장은 앞으로 1~2년내 586、686급으로 전환되겠지만 현재는 멀티미디어기능이 내장된 486계열 PC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이같은 상황에서 인텔이 우월적지위를 앞세워 수요 추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제품의 생산을 결정해야지 한 업체가 일방적으로 수요를 유도하겠다는 것은 독과점업체의 횡포나 마찬가지다. 그런만큼 인텔은 이제라도 486계열 CPU생산을 확대 、 국내 업체는 물론 세계 PC업체들의 숨통을 터주는게 옳다고 본다.
이번 CPU파동은 한 품목을 독점하고 있는 업체의 위력과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의 위험부담이 얼마나 큰 지를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외국 핵심부품 업체들의 공급물량 조절이나 제품 단종에 속 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업체들의 외산의존적 종속구조를 하루빨 리 탈피해야 한다는 게 이번 CPU파동이 주는 교훈이다.결국 기술자립없이는외국업체들의 횡포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수밖에 없는 속박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물론 반도체기술 수준도 그렇지만 국내에서 CPU를 생산하지 못해 기술자립이 란 주장이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CPU파동을 손놓고 바라볼 정도의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PC업계와 정부는 앞으로의 CPU 수요 추이를 철저히 분석.예측、 이번과 같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없도록 중단기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PC업체들이 인텔 호환CPU사용에 적극 나서 인텔을 견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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