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발매기를 비롯한 각종 자동판매기의 설치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가운데 이들 기기의 핵심부품인 지폐식별기의 기술수준과 국산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논의의 초점은 "과연 현재 기술수준에서 지폐식별기의 국산화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채산성은 있을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 지폐식별기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고 이에따른 소프트웨어조차도 역시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이러한 논의는 국익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국산화에 대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기술수준이다. 과연 현재의 기술로 정확히 지폐의 정사요소에 의해 판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말하면 그렇지 못하다.
한 지폐 전문가는 "국내의 지폐식별기는 대다수가 정확한 식별포인트를 벗어나 다른 요소들에 의해 지폐를 식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서 제작됐거나 수입된 식별기의 대다수가 당초 한국조폐공사가 위조방지 등 정사 요소를 넣은 것과는 다른 요소들에 의해 지폐를 식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폐를 액면 그대로 인식하고 위폐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면 방법이야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1만원권을 사용할 수 있는 자동판매기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고 보면 위조지폐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더욱 정확한 인식과 "위폐 수입률 0%"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지폐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데이터를 정확히 읽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은 행및 지폐의 인쇄를 담당하는 한국조폐공사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이 두 기관과 업체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진다면 더욱 정확하고 독자적인 지폐식별 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하나 논의의 대상은 채산성이다. 국산화한다고 했을 때 어느 부분까지 국 산화하느냐가 문제인데 전적인 국산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 다.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아 금형을 파거나 부품을 소량 제작하는 것은 수지가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때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우선 하드웨어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되 지폐식별의 핵심기술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만은 자체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자동판매기 업계와 한국은행、 그리고 조폐공사간 협조체제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다.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 지폐식별기 업체로서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한국은행의 의도와는 다소 빗나간 식별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이러한 관행을 변경시키려 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익우선이라는 대전제 아래 한국은행측은 차후 지폐 의 변경에 관한한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측이 장기적으로 지폐의 크기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자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는 한국은행에 지폐를 변경하고자 할 때는 자 동판매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고 이에대해 한국은행측은 지 폐변경설을 일축하면서 "차후 지폐를 변경해야 한다면 업계의 의견을 들어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지폐식별기의 국산화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따지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돈에 대해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라 일본인이 전문가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종속"이 우려되고 있다는 현시점에서 업계와 한국은행간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박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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