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모니터를 가득 실은 3대의 2.5톤 트럭이 용산 S상가 주차장에 차례 로 들어섰다. 그러자 모니터판매업체인 H사 사장은 어디엔가 급하게 전화연락을 취한다. 그런후 한 시간이 채 못돼 3대 트럭에 실린 모니터는 순식간에 없어졌다. S상가 2층 복도. 하오 2시경 밀수 CPU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하자나카마 중간딜러 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40~50분쯤 지난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복도는 평시처럼 조용하기만하다. 바로 용산야사의 주인공 덤핑시장의 한단면이다.
이러한 상황은 용산의 주요상가에서 한달에도 몇 차례씩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형태로 한번 거래되는 물량이 50억원대가 넘는 "큰 건"도 2~3개월에 한번씩은 벌어진다는 게 상가내 관계자들의 얘기다.
용산전자상가에 매장을 개설한 지 1년6개월 정도 됐다는 L사장은 아직까지용산에서 형성되는 제품 가격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동일한 제품인데도 용산 에 들어오기만 하면 가격이 뚝 떨어져 거래되는 것에 대해 늘 궁금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곳에선 소비자권장가는 물론 공장도가가 낯설기만하다. 공장도가보다 싼 제품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상가관계자들은 한마디로 덤핑 때문이라고만 한다.
용산의 덤핑시장은 개시가 무섭게 파시를 맞는다. 정상적인 상거래라기 보다 순간적으로 물건을 배분, 나눠갖기 식의 약속된 일인 것처럼 보인다.
용산에서 이뤄지는 덤핑의 형태는 대략 세가지. 첫째는 물량공급이 넘쳐 행해지는 출혈공세다. 이러한 경우는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용산 상가에서는 이런 소문만 퍼져도 판매상들의 투매현상으로 까지 이어져 덤핑 이 확산된다. 제조업계의 밀어내기식 판매도 일조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전업체들의 무자료물량. 하지만 이러한 수급상의 덤핑사례는 극히 이례적이 다. 이보다 더 큰 원인이 있다. 용산에서 한번 커보겠다는 야심으로 가득찬 수많은 젊은 사장들의 머리는 늘 무엇인가로 가득차 있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목돈을 마련할 것인가다. 한 마디로 마진이 좋은 이른바 "좋은 물건" 이 언제 누구로부터 들어올 것인가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또 자사가 확보해놓은 제품을 누가 덤핑이라도 쳐 혹 제값도 못받을까 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때문에 이들은 단 1%라도 더 남길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현재 갖고 있는제품을 덤핑치고 유망한 물건을 잡는다는 게 상가관계자들의 얘기다. 한마디 로 돈만되면 무슨일이든 한다는 것이다. 기존 보유제품을 정상거래가보다 단몇 포인트씩 싸게 팔면 상가내 유통상들조차 이를 구입하게 마련이어서 이를통해 목돈을 마련한 후 수입품이나 밀수등으로 흘러들어온 마진 좋은 물건잡기에 혈안이 된다.
또 이 물건받아 다시 목돈을 만들고 이러한 형태의 거래를 몇 차례 하게되면큰 돈을 만지게된다. 바로 이같은 물건 또는 자금회전을 통해 큰 돈을 벌겠다는 의식이 짙게 깔려있다. 덤핑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러한 일부 상인들의 상거래 속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결과 피해를 보는 사람은 정상거래를 하는 수많은 상인들. 이들은 항상 제조업체로부터 받은 물건을 단 몇만원 또는 몇천원의 마진을 보고 장사를 하지만 덤핑이 이뤄지면 이 마진마저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도 어쩔 수 없이 비정상적인 상거래 유혹에 빠지기 일쑤다.
"소규모 유통상들의 사업형태는 대부분 자금과 물건 돌리기다" 청계천시절부 터 전자상가에서 일해온 K씨의 증언은 전자상가의 단면을 그대로 말해준다.
상가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자금과 물건돌리기로 돈을 벌고 상가내에서 입지를 굳힌 젊은 사장들이 꽤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가 한번 빗나가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없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전략적인 덤핑. 경쟁사를 고사시키기거나 흑자부도를 내기위해 흘러나오는 물량이 그것이다.
이와함께 제조업체로 공급된 상당량의 물량이 덤핑제품으로 변해 용산상가로 역유입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4메가 D램의 경우 오디 오를 비롯 주요 세트업체에 판매한 물량이 저가로 용산에 흘러 들어오고 있다. 상인의 속성과 덤핑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난맥상이 바로 한탕주의를 노린 흑자부도와 연쇄부도의 씨앗이 되고 있다. <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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