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지털방식의 영상기록매체로 주목을 받고있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 VD)의 등장이 당초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질 전망이다.
DVD국제공동규격의 제정을 둘러싸고 세계전자메이커들이 소니대 도시바 두 진영으로 나눠져 치열하게 벌여온 싸움이 최근 타임워너, MCA 등 미국 할리 우드기업을 등에 업은 도시바진영의 승리로 막을 내릴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DVD규격전쟁은 지난70년대후반~80년대초 소니의 "베타막스"방식대 마쓰시타.일본빅터의 "VHS"방식을 두고 치열한 싸움이 펼쳐졌던 VCR의 규격통일전쟁 이른바 "제1차 VCR전쟁"에 이은 20세기 마지막산업전쟁으로까지 표현돼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4일 일본의 도시바를 중심으로 마쓰시타전기.파이어니어.히타치 프랑스의 톰슨, 미국의 영화회사 타임워너.MCA등 7개사는 DVD의 공동규격을 정식발표하고 시제품을 공개, 국제표준규격의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일본빅터(JVC)등 일본전자업체 5개사도 현재 이 도시바대열 에 참여할 뜻을 비치고 있다.
한편 소니는 이에 앞서 작년12월말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손을 잡고 독자적인 DVD규격을 발표, 시제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두 회사는 마쓰시타전기등 일본의 여타 유력전자업체들을 끌어들여, DVD의 규격을 통합하려는 작업을 계속해왔지만 교섭에 실패했다.
소니는 CD와의 친화성을 중시해 단면기록을 제안한 데 반해 도시바는 앞으로필요하게될지 모를 데이터의 재기록을 고려하여 양면기록을 주장해 왔다. 기 록용량면에서도 소니진영은 현재의 CD와 완전히 동일한 1.2mm두께에 단면 3.
7G바이트용량을담는 규격을 제안한 데 대해, 도시바는 화질을 향상시키기위 해서는 디스크 자체를 0.6mm로 얇게 하는 규격에 양면으로 4.8G바이트가 필요하다는 규격을 강조해왔다.
필립스와 소니 두 회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DVD기술이 국제표준규격이 될 수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으나 이번에 타임워너, 월트디즈니, 20세기폭스사등 할리우드기업들과 세계 최대가전업체인 마쓰시타전기가 도시바진영에 가세한 다고 발표하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소니와 필립스 두회사가 어떤 반격을 꾀할 것인지가 DVD의 상품화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은 틀림 없지만 "20세기 마지막 규격전쟁"이라 일컬어지는 DVD규격경쟁에서 도시바진영의 승리가 굳어진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이처럼 DVD의 국제공동규격안의 마련을 놓고 전세계에 내로라는 전자업체들 끼리 주도권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날로 침체되고 있는 세계AV기기시장에서 DVD가 최후의 보루로 기대되는 전략상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직경 12cm의 콤팩트디스크(CD)와 같은 크기의 디스크에 디지털로 움직이는화상 동화 을 기록하는 DVD는 국제규격인 "MPEG-2"로 신호를 압축해 영화 1편분에 해당하는 1백35분간의 동화상을 디스크 1장에 수록한다. 현행 비디오 테이프처럼 되감기등에 시간이 소비되거나 화질이 떨어지는 일도 없다. 또한 대용량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어 DVD하드웨어를 게임기나 PC와 접속해 대화 형 멀티미디어기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번에 도시바진영이 DVD국제공동규격의 주도권싸움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둠에 따라 미일의 가전기기.AV소프트웨어업체들은 이에 대응한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의 상품화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DVD의 상품화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강건 너 불이 아닌 발등의 불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도시 바진영의 각 업체는 빠르면 금년중에 이 공동규격에 맞는 DVD플레이어를 상품화하고 오는96년부터는 본격적인 대량생산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작년12월말 금성사가 4배밀도 DVD플레이어를 국내처음으로 개발 해 우리가 국제표준규격논의에도 당당히 참여, 나름대로의 입장을 밝힐 수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발표한 바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시제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요란하게 발표한 후에, 국제규격이 마련되면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며 따라가기 급급했던 전례가 없지않다.
이번에도 세계2위의 가전제품생산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DVD의 국제 표준규격 주도권싸움에서 우리나라가 철저히 배제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구나 DVD는 우리의 가전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VCR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상품이다.
국제적인 협력관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세계화"의 진정 한 의미는 오래전에 미국과 일본이 추진했던 진부한 "현지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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