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5 변화의 바람 (2);가전산업의 신경향 총점검

가전업체들의 신년경영전략의 핵심은 세계화전략이다.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 전자 등 가전3사는 예외없이 대대적인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올해중 전세계 곳곳에 현지공장 및 판매법인, 지사, 연구소등을 대거 세워제품의 생산 및 판매에서부터 연구에 이르기까지 전업무를 현지에서 일괄처 리해 명실상부한 세계화전략을 구사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지역전문가와 국제인력 양성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가전업체들의 세계화 전략은 분명 종래와 다른 점이 있다. 과거의 단순한 현지생산 및 판매법인설립이나 지사설치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경영 을 통한 명실상부한 현지기업으로 부상한다는 "공격적" 세계화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금성사는 올해안에 해외 우수인력의 본사근부제도와 지역전문가제도를 활성 화, 글로벌 인재양성을 강화할 계획이며 조만간 세계 각 곳의 생산 및 판매 법인, 지사를 컴퓨터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글로벌 인포메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이와함께 이탈리아 모스크바등의 판매법인 및 아랍에미리트의 물류법인 설립 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성사는 2억달러의 해외투자자금을 책정해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영의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경영체제 구축"을 올해의 경영방침 으로 삼고 지역전문가제도와 현지인 사장제도를 적극 도입, 해외경영혁신을 이룩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최근 영국 독일 등 유럽연합(EU)지역 생산 및 판매법 인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적격인물을 물색중에 있다.

대우전자는 오는 2000년까지 해외생산 비중을 현재의 30%에서 50%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아래 우선 생산 및 판매법인, 해외지사 확충에 적극 나서기로했다. 특히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현지화가 세계화의 첩경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올해중 남미 아프리카등 성장 유망지역에 9개의 생산법인과 3개의 판매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가전3사 이외에 인켈 해태전자 아남전자 등 일부 오디오업체들도 올해 해외 판매법인 설립을 비롯 생산의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전략을 중점과제로 삼고있다. 가전업체들의 세계화 노력은 최근 잇따른 조직개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조직개편을 통해 그동안 해외운영실 산하에 있던 전자총괄부서를 현지본사에 편입시켰으며 금성사는 중국에 처음으로 지주회사를 설립, 중국 내 사업을 총괄 관리토록 했다.

대우전자도 아직까지 임원인사가 끝나지 않았으나 세계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체들이 최근들어 경영자문을 외국 컨설팅업체에 의뢰하고 있는 것도힘있는 세계화 추진과 맥을 같이한다.

그동안 가전업체들의 세계화 노력은 주로 해외 생산 및 판매법인 설립과 국제인력 양성, 전략적 제휴강화 등의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가전업체들의 국제화 추진은 새로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가전업체들의 이같은 변화는 정부가 세계화를 정책목표로 잡고 있을 뿐아니라 나름대로 세계화추진을 위한 노하우가 축적된 데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유수 가전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올들어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따른 세계무역환경 변화도 가전업체들의 세계화 추진의 중요한 동인이 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 걸맞은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세계화 경영을 추진하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공감 대가 가전업계로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는 세계화 물결을 타지 않으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올해에는 가전3사의 세계화경영에 자극받은 중소 가전업체들의 세계화추진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