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이 남긴 교훈

미국 인텔사의 펜티엄칩 결함파문이 최근 크게 일고 있다. 약 한달전부터 일기 시작한 파문이 끊이지 않고 계속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파문이 단순히 칩의 기술적 결함때문만이 아니고 인텔사의 사업자세에서도 비롯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처음에 인텔사는 이같은 계산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2만7천년에 한번이기 때문에 과학자나 고차원의 수학을 계산하는 사용자에게나 문제가 되는 것이지일반사용자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덮어두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오류가 24일만에 한번정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IBM을 비롯해 휴렛 팩커드.팩커드 벨.델 컴퓨터와, 일본의 NEC.후지쯔.히타치 제작소 등 각국 주요 컴퓨터업체들이 펜티엄칩을 채용한 PC의 생산을 중단하고 이미 판매된 컴퓨터에 대해서는 결함 칩을 교체해 주겠다는 입장을 취하 고 나섰다. 국내 컴퓨터 업체들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미국의 주요 컴퓨터업체를 포함한 4천여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영향력있는 기술자문회사인 가트너그룹도 펜티엄 칩을 채용한 컴퓨터의 구입을 당분간 보류할것을 권고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이에 인텔사가 뒤늦게나마 지난 20일 펜티엄칩 결함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를 무상으로 교체 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 회사는 펜티엄칩을 장착한 컴퓨터 사용자들이 계속 불안감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조건없이 무상 으로 이를 교환할 방침이라고 밝힘으로써 이번 사태의 확대를 막으려는 노력 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동안 인텔사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같은 펜티엄칩 결함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 MPU업체인 인텔사는 새로운 세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MPU)를 개발해 경쟁제품이나 호환칩과의 기술격차를 벌이는 데 주안점을 두어왔다.

이를 위해 인텔은 항상 서둘러 신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급급해 제품 의완벽성의 결여와 수명단축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번 펜티엄칩 의결함도 이같은 경영전략의 소산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다음은 이번 파문이 이처럼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인텔사가 문제의 조기수습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컴퓨터의 핵심인 MPU는 기술적 완벽 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다. 설령 인텔의 주장대로 2만7천년만에 한번 일어나는오류라 할지라도 그것이 결함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고 따라서 사용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약 6개월전 미국의 한 수학교수가 처음 결함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인텔은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어야마땅하다. 더욱이 펜티엄칩은 인텔사가 사운을 걸고 4년여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개발 한 제품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 93년3월부터 서둘러 판매에 들어간 펜티엄 칩은 인텔의 기대대로 인기가 높아 이를 탑재한 PC가 1년반동안에 전세계적 으로 6백만대나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세계MPU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자칫 펜티엄칩의 운명과 인텔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가능성도 있는 이번 결함수습에 너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인텔사가 국내 컴퓨터업체들에 대해 이른바 칩교환 "3단계 절차"를 제시해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텔은 교체에 이르기까지 3단계의 확인과정을 거칠것을 요구한 것인데, 이는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인텔은 소비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마땅히 조건없이 교체해주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교체와 관련된 일체 의 경비도 원인제공자인 인텔이 전액부담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인텔사는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이를 조속히, 그리고 깨끗이 매듭지음으로써 실추된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인텔은 IBM.애플.모토롤러진영이 개발한 "파워PC"나 디지털 이퀴프먼트사의 "알파"칩 과 같은 강력한 경쟁제품이 반사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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