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통시장 개방 대응전략

가전양판점 등 전문할인점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금까지 용산전자상가나 암시장으로부터 제품을 수급할 정도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전 문할인점들이 앞으로는 가전3사로 부터 직접 제품을 납품받아 실질적인 할인점으로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으로 창고형 저가할인점이나 양판점에 대해 물품공급을 거부하거나 공급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질서 확립차원에서 과징금부과.시정명령.형사고발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는것이다. 공정위의 이같은 방침은 물론 일부 백화점이 경쟁사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문 할인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 대해 납품중단 압력을 가한 불공정행위 를 엄단하기 위해 취해진 긴급 조치성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가격파괴에 의한 유통혁신을 저해하는 행위를 공정거래를 방해하는 행위로간주 정부차원에서 엄벌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사실 가전 3사는 그간 자사 전속대리점을 보호 육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양 판점등 전문할인점에 대해 직접적인 제품 공급을 거부해왔다. 가전양판점이 제품 공급을 요구할 때 납품을 거절했고 또 최근에는 가격파괴를 내걸고 등장한 창고형 도매업체의 제품공급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가전3사중 일부업체가 창고형 도매업체의 끈질긴 납품요구에다 성 장성을 고려, 제품을 직접 공급할 것을 적극 추진하다가 흐지부지된 예도 있다. 이유는 이를 알게된 전속대리점및 경쟁업체의 반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가전3사간 또는 이들과 유통업체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업태의 출현시 이같은 갈등관계는 나타나게 마련이다. 지금까지절대적 우위에 있던 공급자 위주의 가격형성체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대한 가전3사의 위기감, 백화점과 대리점을 주축으로 형성돼 왔던 유통체계가 일거에 무너진데 대한 기존 유통업계의 반발등 모두가 충분히 이해된다. 어쩌면 이들도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것을 속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다만그것이 수용태세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너무 빨리 도래한 것에 대해 일말의 불안한 반응을 나타낸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반발이 새롭게 출현한 경쟁 할인판매점의 영업활동과 소비자 이익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 그것도 현행 법규조차 어겨가며 행해져서는 안된다.

현재 가전 유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용돌이는 모두 개혁을 위한 고통으로 봐야하며 중요한 것은 이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오는 96년 가전유통시장 전면개방시 국내 가전유통업계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가전시장의 완전개방을 눈앞에 두고 가전업계가 무작정 구태의연한 대리점 체제를 고집하거나 양판점의 등장을 거부한다든가 하는 것은 대리점과의 공생보다 공멸로 가자는 사고밖에 되지 않는다. 가전대리점들도 이 점을 인식 해야함은 물론이다. 기존 가전3사의 보호및 지원체제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각오를 다져야하고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가전양판점이나 창고형 도매점의 등장은 본격적인 유통체제 변혁을 알리는신호에 불과하다. 전문할인점의 영업활동을 초기부터 저지할 경우 가전유통 은 물론 우리나라 전산업의 유통체제 개혁은 상상할 수도 없다.

더욱이 가전대리점은 앞으로 1년후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 유통업체와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외국유통업체와의 일전에 대비하는 것은 유통업계의 시대적 과제다. 이를 위해 기존 유통형태는 어떤 형태로든 변해야하며 그에 못지않게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가전3사가 진정 자사 전속대리점 을 육성하겠다면 대외개방전에 대리점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이들 새로운 업태와 당당히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이같은 정당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 경쟁력은 곧 바로 국내 유통산업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일이나마찬가지다. 정부도 새로운 업태가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한 측면만 보고 일방적으로 지원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과 유통업체간 또는 유통업체 내부에 공정한 경쟁질서의 틀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침은 1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조치로 이어져야 하며 나아가 우리나라 유통구조 전반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없애나가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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