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술자 양성시급

성수대교의 붕괴사고는 많은 기술자들에게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출근시간대의 러시아워에 대형 다리가 무너져 많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 그리고 번잡했던 다리가 갑자기 사용될 수 없음으로 해서 생긴 교통 사정의 악화 등은 설계, 해석, 시공 그리고 그후의 유지 보수 등에 많은 기술자들이 관여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로부터 그 책임감을 통감하게 되는 것이다.

성수대교 사고의 경우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지금 모든 일을 세심하게 처리하는 자세가 모자란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일을 탁상에서 원론적으로 주장하여 결정하고 실제로 누가, 어떻게 그 일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는 실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결정권이 약한 사람들이 모두들 정책입안자나 관리자가 되어 계획을 입안 집행하게 되어 전문 적인 기술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현대의 제반 기술집약적 시스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전문적인 기술에 대해서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술자를 키워야 하고 또한 사회가 이들을 중요하게 여겨 전문기술자를 우대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 이러한 전문 기술우위 분위기 형성에 장애가 되는 일들이 공학교육의 전당이 되어야할 공과대학들에서 많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국내 유수의 공과대학에 경쟁적으로 신설되고 있는 기술경제 혹은 기술정책이라는 이름의 석.박사과정들이다. 기본발상은 기술을 이해한 상태에서 경영 혹은 경제개념 들을 교육시켜 전문 기술정책 입안자들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은 공과대학에 설치되지만 교육과정은 경영대학과 매우 유사 하다. 다시 말하면 기술분야의 지식습득보다는 관리, 정책결정 기법위주의 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급변하는 기술사회에서 모든 정책 입안 자들이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정책수립과 이에따른 일관된 추진이 필요한 때에 공과대학에서 학사과정 수준의 간단한 기술 지식에 경영경제의 안목만 더해서 배출하게 되면 이들 졸업생들이 기존의 정책 관리자들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특수과정들의 신설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은 대개 공학 및 기술에 신념을 가진 진지한 학생들보다는 성실치 못한 수학 태도로 인해공학에 대해 자신감과 시념을 잃어버린 경우의 학생이 많고 따라서 이러한 과정이 필요이상의 인기를 끄는 경우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힘들고 어려운 공학기술 연마를 포기하고 공과대학 내부에서 색다른 전공으로의 이전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세심한 전문 기술자가 부족한 이 때에 공과대학에서조차 정책관리자 선호방향으로 나간다면 21세기를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책 혹은 관리과정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미 상존하는 과정이며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풍부한 자원, 훌륭한 제도아래 모든것이 법규화되어 있는 미국이나, 모든 국민이 각 분야의 세심한 전문기술자라 할 수 있는 일본사회에서의 제도를 무조건 모방.도입하여 기술분야에서조차 관리자를 선호하는 사회를 만든다면 우리의 21세기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우리는 이미 미국이나 일본처럼 나누어 먹을 떡이 많은 나라가 아니고, 우리는 떡 자체를 극심한 국제적 기술경쟁을 통해서 얻어내야 할 형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급변하는 현대 기술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충분히 이해한 정책입안자나 관리자가 필요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기술자가 중시되어 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에 편승하여 기술이라는 말만 등에 업고 실제 전문 기술지식 없이 단지 출세기반 마련을 위해 기술이라는 이름을 이용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화된 미래 한국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는 지도력 있는 기술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며 따라서 기술 전문성에 자부심을 가진 전문기술자를 많이 배출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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