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93년 2월 의회 연두교서에서 고속정보통신망(NII )에 관하여 설명하고 2000년까지 모든 학교, 도서관, 병원을 연결한다는 국가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원회(IITF)를 구성하고 론 브라운 상무장관을 그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IITF가 할일은 첫째, 민간의 투자 촉진을 위한 대책강구 둘째, 주파수의 관리방안 개선 셋째,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위한 대책 강구 등을 하는 일이다.
현재 미국의 전화 보급률은 95%에 달하고 있고, 가정의 98%는 TV를 보유 하고 있으며 그중 60%는 CATV망에 연결되어 있다. 또 세계 PC의 절반 은 미국에 설치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60%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전세계에 약 2만2천개망이 있으나 그 절반은 미국에 설치되어 있다. 미국이 NII계획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이와 같이 방대한 방송 , 통신, 컴퓨터의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제조업, 의료, 상거래, 환경보호 등을 위해 크게 공헌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자공업협회(EIA)조사에 따르면 동회에 가입하고 있는 기업 중75%가 NII의 구축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들중90%는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킨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와 NII가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 다. 먼저 CATV와 지방전화회사(RBO)를 규제하고 있는 법령을 대폭 손질해야하나 그리 쉽지 않다.
CATV회사는 공익기업이 아니므로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소유하면서 언제든지 케이블에 정보를 흘릴 수 있다. 말하자면 CATV회사는 정보소유권 이 있는 반면 전화회사는 정보소유권이 없다. 이와 같은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보 유통시스템의 독점성을 배제해야 한다. 만일 정보파이프 를 소유하고 있는 전화회사가 프로그램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다면 이들의 독점을 한층 강화하게 되어 NII는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지도 모른다. 둘째, NII에 연결되는 모든 기기에 대하여 통일규격을 마련해야하나 그것 또한 쉽지 않다. IBM.HP등 컴퓨터 업체는 물론 AT&T등 통신업체 의 피나는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셋째, NII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보제공자의 권리를 보호해야하나 이를 위하여는 지적재산권에 관한 제도를 근원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법적으로 보호된 저작물을 인 터네트와 같은 컴퓨터망에 유통시키는 것은 저작권의 침해로 간주되고 있다. 영화나 음악제작자가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NII에 흘리면 "디지털 도둑 "의 먹이가 되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IITF의 지적재산권 작업 부회는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프로그램의 컴퓨터간 송수신에는 CD, 비디오 카세트 등과 같은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방안이 채택되지 않는다면 NII에 흘릴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되고 만다. 넷째, 프라이버시와 정보의 안전을 요구하는 NII이용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만일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면 아무도 NII를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 IITF가 프라이버시 작업부회를 설치한것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미국의 행정부와 입법부는 NII의 추진을 위해 30년대 제정된 법령을 금세 기에 맡도록 개정하기 위해 씨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45조원을 투입하여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고속정보통신망을 건설한다는 방침을 내놓고있으나 법령의 개정 등 의당히 부수할 조치에 대하여는 검토해 보려고 하는노력의 징조조차 없다. 부처간 이기주의에 얽매어 CATV와 통신은 제가끔 딴 방향을 향하고 있으며 저작권에 관한 법률, 통신에 관한 법률, 제조업에 관한 정책방향은 어느 특정 부처의 법령이나 담당업무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7월 나폴리에서 개최된 선진국 수뇌회담에서는 범세계적인 차원에서의 GII 까지 논의 된 바 있으나 이에 대한 대응방안조차 언급이 없다. 고속정보통신 망은 단지 광케이블의 포설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의 계획 과 투자 및 이용자인 국민의 만족이 뒤따르고, 우리나라 기업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한 국제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면 이를 건설하는 의미도 퇴색 하게 된다. 국정감사에서조차 행정부의 고속정보통신망 정책에 대하여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정보고속통신망 건설이 국가의 필수적인 의지라면,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추진해야 하며 일부 부처에만 맡기는 것은 잘못이다. 정책수립과 추진과 정이 이와 같이 허술하다면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백연하청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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