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정보화사회와 사생활 보호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품화되어 거래되고 있다. 경찰 이 심부름센터와 결탁하여 신원조회정보를 팔아넘기는가 하면, 전화국 직원 이 전화가입자의 인적사항을 빼돌리기도 한다. 공공기관에서만 정보를 유출 시키는 줄 알았더니 백화점이 우수회원 명단을 허술하게 관리하여 범죄집단 에 넘어가게 하고, 거기에 노출된 사람들을 밤잠을 못이루게 하는 사건으로 까지 발전하였다. 개인정보유출이 사생활의 침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까지 악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정보관리가 이렇게 허술한 원인은 무엇일까. 정보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생활 양식을 급속히 바꿔놓고 있지만 우리의 가치관이나 의식수준은 아직 여기에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문명의 이기를 통해 타인의 개인정보를 자기의 목적달성을 위해 이용할 생각만 했지 그것이 상대방에게 미칠 악영향 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보마인드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제도적인 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찾을 수 있다. 90년대에 들어와서 국제화와 개방화 추세에 따라 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활발히 유통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노출될 수 있는개인신상정보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보호장치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것이다. 그렇다면 정보화사회에서 프라이버시보호를 위한 대책은 과연 무엇인가. 첫째 제도적인 차원의 보호메카니즘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프라이버시의 침해자는 범죄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정보는 물론 민간에 공개된 정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가 목적외로 악용되거나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획기적인 보안 및 규제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규를 신설 또는 정비하는 일이 시급한데 아직 우리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법적인 규제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현행법규로는 의료보험법, 증권거래법, 신용카드업법, 신용조사업법, 금융실명제에 관한 긴급명령 및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 에 관한 법률 등이 있지만, 이러한 법률들은 주로 행정관청 등 공공기관과 일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민간기업의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사실 상 속수무책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과 지난 7월 입법예고되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인 신용정보 이용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민간위탁업체에 의무와 불법으로 비밀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대한 처벌규정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는 있으나 이 역시 그 적용 범위와 보호대상이 일부에 국한되며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아쉬움이 따른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크레디트공정보호법과 프라이버시보호법을 제정, 실시하고 있으며, 데이터보호위원회 등의 기구를 설치하여 정부와 민간의 새로은 데이터뱅크에 대하여 권고 및 의견을 발표하고 프라이버시법에 관한 진정사 항을 조사하며, 컴퓨터와 통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은 84년부터 이와 비슷한 수준의 제도 적 장치를 마련해 왔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보다 6년이나 앞서고 있다.

그밖에 오스트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호주, 아일랜드 등은 영속 적인 데이터보호기관을 가지고 있다.

둘째, 정보접근 통제기능이 갖추어져야 한다. 즉 정보의 수집, 입력, 처리, 활용, 관리의 각 단계별로 보안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의 방법으로는 관계자 이외에는 데이터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데이터 이중검색을 실시하며, 검색기록 유지기능과 데이터변조 조기경보기능을 보유함은 물론, 비밀코드부여 및 데이타의 암호화도 고려되어야 한다. 데이타의 암호화의 경우, 미국은 암호법을 정하여 민간과 정부기관에서 사용토록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수 사권의 확보라는 이유때문에 암호법을 개발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정보사회에서 정보의 보호는 필수적이며 암호화는 도청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응방안이므로 이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정보문화에 걸맞는 정보마인드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법.제도와 통제 기능이 아무리 훌륭하게 구비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허점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또한 정보의 접근을 지나치게 통제하다 보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역작용을 낳게 된다. 따라서 모든 정보취급자가 철저한 정보윤리의식을 가지도록 교육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분위기와 문화가 형성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정보화사회가 진행되면서 정보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되므로 정보를 모으는 자와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 자가 반드시 생기게 된다. 개인, 사기업, 공공기관 할것 없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나기 위해 가능한 한 가치있는 정보를 많이 수집,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보가 오용 또는 악용되었을 때에는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수 있고 정보화가 촉진될수록 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문제는 신용사회와 향후 펼쳐질 고도정보화사회의 기반까지도 위협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대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포스데이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