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화와 예약문화

"줄서기"는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요즘도 그런지는몰라도 얼마전에는 소련이라고 하면 "줄서기"의 대명사가 될 만큼 이들의 줄 서기가 세계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줄을 서서 한참 나아가다 보니 그 줄이 크렘린에 암살하러가는 사람들의 줄이었다는 엉뚱한 조크가 만들어지기도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줄서기"가 가장 심한 곳을 들라면 "고향행 차표" 일 것이다.

설이나 추석을 전후해서는 "민족 대이동"이 벌어져 도처에 "줄서기"다. 고속 버스나 열차의 차표는 이미 고질화된 병중의 하나이고 극장 매표구 앞 줄서 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도로의 병목지점에서는 자동차가 줄지어서 차례를 기다린다. 평소에 40분거리를 2시간이나 걸리게 한다.

출퇴근시의 대중교통 수단도, 점심시간의 식당에서도, 건물안의 엘리 베이터앞에서도 더욱이 웬만한 공직자들을 면회하려해도 줄서기다. 주차장에 주차 하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 한다. 전화를 걸려면 여기에도 줄서기, 즉 통화중 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동회에 가서도 줄을 서야 하고 모든 관공서에 가서도 줄을 서야 한다. 줄을 서서 차례대로 처리한다는 원칙엔 틀림이 없지만때로는 공연히 줄을 서게 하는 수도 있다. 학교에 가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하고 아파트 당첨을 위해서도 줄을 서야 한다. 지난번 엑스포때는 한곳에서무려 4시간이나 줄을 서서 구경을 한 일도 있다. 근무처에서는 진급을 위해서 줄을 서야 하고 출세를 위해서도 줄서기를 잘 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모든 부조리가 사실은 이러한 "줄서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줄서기를 안하려 해도 뇌물이나 선심을 쓰는 것부터 부조리나 부패의 시작인 것이다.

흔히들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예약문화가 부족하다고. 예약을 해두지않고 그때그때 행동을 결정해버리기 때문에 "줄서기"가 더 심해진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계획성이 부족하다는 것과 같다. 1주일쯤 후 몇월 며칠 오후 7시의 공연을 예약한다는 말은 일반인에게는 상식화되어 있지 않다.

"예약문화"가 부족한 데엔 두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아직도 민도가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때문이고 또 하나는 정보화가 미흡한 때문이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계란과 닭같은 이야기가 된다. 정보화를 하면 확실히 예약문화가 제고될 것인데도 민도가 낮다는 이유로 정보화를 지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철도예약제도가 시작돼 서비스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하지만 카드 소지자 만 전화예약이 가능하며 그렇지 않으면 매표소까지 출장을 가야 한다. 컴퓨터통신에 의한 예약은 왜 아직도 되지 않고 있는지, 하다못해 팩시밀리 예약 신청도 해봄직하지 않은가? 왜 아무나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언제 든지 쉽게 예약할 수가 없는가? 본인이 오거나 전화로 접수하거나 컴퓨터 통신으로 접수하거나 팩시밀리통신으로 접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국민이 모든 종류의 예약을 위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이용자의 차별화 카드소지자 도 문제려니와 매체의 차별화(전화.컴퓨터.팩스) 도 문제라 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어떠한 매체에 의해서라도 예약할 수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전화나 컴퓨터나 팩시밀리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의 보급으로 이른바 "예약 문화 를 정착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분명히 정보화가 "줄서기"를 줄인다. 그러나 "예약문화"가 덜 성숙된 사회에 서는 정보화가 오히려 "줄서기"를 더욱 증가시키는 현상을 도처에서 볼 수가있다. 그렇다고 서로가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적극적인 정보화 노력으로 "줄서기"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에 의한 예약시스템을 제도 화하여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든지 적절한 정보매체를 통하여 마음대로 예약이나 해약도 손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20년전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기억난다. 어느 연구소에서 전국예약 시스템 National Reservation System)을 만들려는 계획에서 모든 예약을 한곳에묶어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부푼 꿈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너무 많은 이질 적인 기관간의 "이기주의"때문에 실패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안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호텔방안에서 항공.철도.버스는 물론 극장과 같은예약이 필요한 모든 곳에 전화 한통으로 예약조치를 끝낼 수 있었다. 예약조치를 완전히 끝내기 까지 모두가 사람소리가 아닌 기계소리로 응답을 해주었다. 컴퓨터로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것은 어서 선진국을 본받아야 할게아닌가. 모든 부패와 부조리의 원천이랄 수 있는 "줄서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속히 정보화를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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