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 제빵사도 독일 청년도…구미역 앞이 'K라면 성지'로

이색 라면·공장 직송 제품에 발길…농심과 지역 상권 함께 만든 축제
'라면백' 구매에 3시간 반 대기줄도…연중 즐기는 '구미라면관' 추진

“한국 라면은 단맛과 매운맛,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요.”

6일 '2026 구미라면축제' 개막일에 찾은 경북 구미역 앞. 행사장 입구에서 만난 미국인 제빵사 린지는 한국 라면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행사장 안에서 이색 라면을 맛보던 독일인 20대 청년 앰버는 “전에 먹어본 적 없는 맛”이라며 “풍미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구미역 앞 약 475m 거리가 외국인들도 찾아오는 라면 체험장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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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갓 튀긴 라면백'을 구매하려는 관람객들이 긴 대기줄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 윤소진 기자〉

린지는 외국인들이 자신만의 라면 요리로 실력을 겨루는 축제 부대행사 '글로벌 라면 챌린지' 참가자다. 지난해 한국에서 다른 경연에 참가했던 인연으로 이번 축제를 소개받았다. 다음 날 본선을 앞둔 그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맛볼 기회가 있다는 게 좋다”며 “한국 음식을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앰버는 대구에서 한국어를 배우다 선생님의 초대로 일행 두 명과 함께 왔다. 이들은 매운맛이 부담스러워 맵지 않은 메뉴를 골랐다고 했다. 한국 라면을 즐기는 방식은 매운맛 도전을 넘어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조리법을 배우는 경험으로 넓어지고 있었다.

올해로 5회째인 구미라면축제는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하는 농심 구미공장이 있다는 지역적 특색에서 출발했다. 농심은 2022년 첫해부터 핵심 파트너로 참여해 공장 직송 라면과 브랜드 체험 콘텐츠를 지원하고 있다.

행사장 초입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부스는 서울 성수동 농심 안테나숍을 통째로 축제장에 옮겨온 듯했다. 이 곳에서는 면과 스프, 건더기를 고르고 포장을 꾸며 자신만의 라면을 가져갈 수 있었다.

라면레스토랑에서 지역 음식점들이 선보인 메뉴에서는 올해 축제의 키워드인 '프리미엄'이 드러났다. 바지락과 전복, 한우와 갈비, 통오징어와 문어, 자연산 송이와 능이버섯까지 라면에 곁들이는 재료가 다채로웠다. 라면레스토랑 25곳과 라면트럭 8대 등 음식점 33곳이 당일 생산한 라면에 각자의 재료와 조리법을 더했다.

공장에서 직송한 '갓 튀긴 라면'을 판매하는 '갓랜드'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구미에 거주하는 60대 부부는 개막일 오전부터 3시간 반을 기다려 '갓 튀긴 라면백'을 샀다고 했다. 당일 생산한 라면을 담아 등에 멜 수 있도록 만든 가방이다. 라면을 가득 담은 모습은 '라면거북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인증사진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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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 거주하는 60대 부부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들은 축제 개막일인 6일 오전부터 대기해 약 3시간 반만에 갓튀긴 라면백을 구매했다. 〈사진 윤소진 기자〉

지난해 축제에서 갓 튀긴 라면은 약 48만개가 팔렸다. 가까운 매장에서도 살 수 있는 봉지라면이지만, 생산지에서 당일 만든 제품을 구매한다는 점이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축제를 기념해 올해 처음 선보인 '구미라면축제면'은 협력 범위를 지역 농가로 넓혔다. 밀가루를 100% 구미산으로 사용한 한정판으로, 얼큰한 소고기장국 스타일의 국물과 표고버섯·당근·청경채 등 풍성한 건더기가 특징이다.

최영갑 농심 면마케팅실장은 “축제 후원을 넘어 지역과 동반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장 직송 라면과 브랜드 체험, 지역 농가 협업을 통해 라면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축제의 열기는 구미역 주변 원도심에도 활기를 더했다. 현장에서 만난 구미 주민들은 평소 조용하고 즐길 거리가 많지 않았던 일대가 축제를 계기로 달라졌다고 전했다. 구미시는 전통시장과 기존 상권을 살리기 위해 첫해 낙동강 둔치에서 열었던 축제를 두 번째 행사부터 원도심으로 옮겼다. 축제기획단은 지난해 주변 상권 매출을 약 28억6000만원으로 분석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역 기업과 상인, 농가가 함께하는 축제를 지역 발전으로 연결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약 35만명이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4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음 과제는 사흘간의 열기를 연중 방문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구미시는 축제 수상 요리 판매와 체험, 역사 전시를 결합한 '구미라면관'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금오산과 금리단길 등 지역 관광자원과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 시장은 “구미가 연중 찾는 K라면 성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능가하는 아시아의 대표 축제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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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라면축제 행사장 입구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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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농심 신라면분식 안테나숍을 구미 라면축제에 통째로 구현했다. 관람객들은 면과 스프, 건더기를 고르고 포장을 꾸며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 수 있다. 〈사진 윤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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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라면을 체험하고 있는 외국인 청년들. 왼쪽부터 네이썬, 앰버, 마이클. 대구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이들은 한국어선생님의 소개로 행사장을 찾았다. 〈사진 윤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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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이색 라면들. 농심 라면 제품에 복튀김, 한우, 능이버섯 등 프리미엄 식재료를 접목했다. 〈사진 윤소진 기자〉

구미=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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