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도시들이 교통과 환경 데이터를 수집·시각화하는 스마트시티를 넘어 인공지능(AI)으로 행정과 도시 운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이를 실제 서비스로 연결할 행정 역량, 사람의 판단과 책임을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정훈 연세대 교수는 서울AI재단이 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SCEWC) 2026' 서울관에서 개최한 '제6회 스마트시티 서울 포럼' 기조연설에 나서 “많은 도시가 데이터를 활용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췄다”며 “이제는 이러한 기반 위에서 어떻게 AI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세계 50개 도시의 앱·웹서비스 2405개와 데이터세트 13만2494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2294개 등을 분석한 '스마트시티 인덱스 리포트 2026'을 통해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가 AI를 활용하는 도시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과 에너지·환경 분야에 이어 생성형 AI의 도시 행정 적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활용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보를 시각화하는 데서 나아가, 분야별로 나뉜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AI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도시 운영에 활용되려면 AI 학습과 활용에 적합한 'AI 레디 데이터'를 확보하고 모델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한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책임지는 '휴먼 인 더 루프' 원칙을 강조했다. 또 같은 기술이 피해자 보호와 불특정 다수의 감시에 모두 쓰일 수 있는 만큼 법적 근거와 활용 범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AI는 경보를 울릴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며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 책임있는 주체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시스템은 명확한 법적 근거와 목적을 갖춰야 하며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이미 호차델 어반캣 대표는 AI 도입에 앞서 도시가 해결할 문제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 통학로의 대기질을 개선하려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서 나아가 나무를 심거나 차량 통행을 제한할지 판단하는 데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리아 친다모 이탈리아 보게라시 시의회 부의장은 “아무리 유용하고 잘 개발된 기술이라도 사람들의 참여 없이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다”며 “행정은 지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든 구성원이 같은 목표를 향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비전을 공유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지 본 더디지털라인 대표는 개인이 데이터 공유 범위를 직접 선택하고 이를 맞춤형 서비스로 연결하는 '라이프 스택' 구상을 소개했다. 알레르기와 식습관 등 이용자 선호에 따라 같은 키오스크에서도 다른 메뉴를 보여주거나 공연장 방문 전부터 교통·식음료 서비스를 맞춤 안내하는 방식이다.
그는 “사람들은 와이파이나 AI가 얼마나 좋은지 보러 공연장에 오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선택한 공연을 경험하러 온다”며 기술 자체보다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와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AI가 이끄는 도시: AI 정책에서 공공서비스까지'를 주제로 도시와 공공기관의 AI 활용 역량부터 거버넌스, 도시 인프라, 시민 중심 서비스까지 AI 도시 전환에 필요한 실행 과제를 다뤘다.
김만기 서울AI재단 이사장은 “AI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 것”라며 “도시와 기관들이 전문성을 공유하고 다른 생각을 연결하며 AI 시대에 도시에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고 새로운 협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