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병리협회 “의료 AI 확산 위해 국가 차원 디지털 병리 인프라 구축 필요”

병리 영상 디지털화로 암 진단·전문의 협진 지원…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기대
스캐너·저장장치 등 구축비 부담 커…재정지원·수가 개선·표준화 대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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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료 인공지능(AI) 육성 정책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디지털 병리 인프라 구축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디지털병리협회(회장 안치성)는 의료 AI 기술 개발과 보급 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의료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디지털 병리 기반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디지털 병리는 조직검사 등에 사용되는 병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해 전문의 판독과 AI 분석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인프라가 구축되면 AI가 병변 탐지와 바이오마커 정량 평가 등을 보조해 암 진단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의료기관 간 병리 영상 공유를 통해 희귀암이나 진단이 어려운 증례에 대한 협진과 이차진단이 가능해져 지역 간 의료서비스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려면 의료기관별로 고해상도 슬라이드 스캐너와 대용량 저장장치, 영상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도입 이후에도 장비 유지보수와 데이터 저장·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의료기관의 부담이 크다.

협회는 이러한 비용을 개별 의료기관에만 맡길 경우 기관별 인프라 격차가 AI 기반 진단 지원과 전문의 협진 기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리 AI 활용에 대한 비급여 보상체계가 마련되더라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없다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도 추진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6년 국가 암 계획을 통해 디지털 병리를 포함한 디지털 진단 분야에 6억400만파운드, 조직병리 자동화에 9600만파운드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디지털병리협회는 우리나라도 의료기관별 디지털 병리 도입 현황과 구축비용을 파악하고 기관 규모와 여건에 따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병리 AI 보상기준 개선과 별도로 디지털 병리 시스템 구축·유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영상 품질과 데이터 표준,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기준을 마련해 단계적인 확산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협회는 “의료 AI 강국은 기술 개발 실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개발된 기술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되고 국민이 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병리 인프라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 의료기관의 도입 부담을 줄이고, 지역과 의료기관의 여건에 관계없이 AI 기반 진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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