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자, 낯선 사람과 ‘주택 교환’ 확대
중국에서 자신의 집을 낯선 사람의 집과 교환해 일정 기간 머무는 여행 방식이 은퇴자와 조기 퇴직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에서 주택을 서로 빌려주는 방식의 여행이 중장년층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형태의 여행은 1950년대 유럽 교사들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를 계기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중국에서는 숙박료가 급등했던 2023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여행 비용을 줄이려는 은퇴자와 조기 퇴직자들도 새로운 참여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는 시간과 보유 주택을 활용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주택 맞교환을 목적으로 한 모임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용 방식은 크게 두 종류다. 양측이 약속한 날짜에 동시에 거처를 바꾸는 형태와 한쪽이 먼저 상대방의 집에서 생활한 뒤 추후 상대방이 방문하는 방식이다.
저렴한 여행 경비 외에도 은퇴 후 단절되기 쉬운 사회적 교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중국 언론이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저장성 원저우에 거주하는 우샤오핑은 퇴직을 앞둔 교사로, 난징에 사는 은퇴자와 주거지를 맞바꿔 생활했다.
여러 주택 교환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우씨는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개인별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여성 참가자들은 같은 여성과 거처를 교환하는 경향이 있으며, 교직 종사자들은 사업가보다는 공무원과 함께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남부 광둥성 출신인 40세 샤오핑은 과거 운영 관리 업무를 맡았으며 현재는 조기 퇴직한 상태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여분의 복층 주택을 구이저우성 외곽에 자리한 별장과 맞교환했다. 정원과 연못, 정자 등이 마련된 별장에서 20일 동안 지내며 직접 식사를 준비했고, 집주인 및 주변 지인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개인 간 합의로 진행되는 주택 교환은 정식 계약보다는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 참가자들은 신분증 사본과 책임 관련 확인서를 주고받으며, 숙소에는 깨끗한 침구류와 기본 세면용품을 마련한다. 수도와 전기 사용료 등 각종 관리비를 누가 부담할지도 미리 조율한다.
숙박을 마친 뒤에는 이용자가 직접 청소를 하고 집 안 곳곳을 촬영해 소유주에게 전달하는 사례도 있다. 샤오씨는 상대방을 믿고 서로에게 열린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신과 걱정이 크다면 애초에 집을 교환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국 북서부 시안에 거주하는 은퇴 엔지니어 리펑 역시 남는 아파트를 활용해 매년 두 차례가량 이 같은 여행을 즐긴다. 과거에는 광둥성에 있는 온천 시설을 갖춘 별장에서 머문 경험도 있다. 그는 일부 방문객이 감사의 뜻으로 가전제품을 숙소에 남겨두고 가는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제도적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주의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주택 내부 시설의 파손이나 개인 정보 노출, 사전에 약속한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온라인 이용자는 홍콩에서 다른 사람의 집에 머무는 동안 사전 촬영 자료에서는 알 수 없었던 얇은 벽과 모기 문제로 불편을 겪었다고 전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교환에 앞서 서면으로 합의 내용을 남길 것을 권고한다. 집 안의 고가 물품을 미리 기록하고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족이나 친척에게 방문 장소와 체류 기간 등 구체적인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안전을 위한 방법으로 제시됐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