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동선수 출신, 수개월간 대회 준비… 유족 “사인은 횡문근융해증”

지난달 서울에서 20대 여성이 마라톤 대회 도중 쓰러져 숨진 가운데, 미국 뉴욕에서도 20대 여성 참가자가 결승선을 앞두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뉴욕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레이첼 아파(24)가 결승선을 약 2마일(3.2㎞) 앞둔 센트럴파크 구간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아파는 버크넬대학교에서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 필드하키 선수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수개월간 훈련했으며, 생애 첫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 아파의 어머니 미셸은 14마일(약 22.5㎞) 지점에서 딸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당시 아파는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등 밝은 모습이었다. 이후 어머니는 결승선 인근에서 딸을 기다리기 위해 이동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자택에서 대회 진행 상황을 확인하던 아버지 스티브는 딸에게 구간마다 응원 문자를 보냈다. 이에 아파는 18마일(약 29㎞) 지점에서 “아야(Ow)”라고 답했고, 19마일(약 30.6㎞) 지점에서도 “아야, 아야(Ow ow)”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후 20~22마일 구간에서는 답장이 없었지만 달리기는 계속됐다. 아버지는 23마일 지점에서 “마지막 구간이야”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으나 끝내 답장을 받지 못했다.
아파는 24마일(약 38.6㎞) 지점 부근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를 목격한 병원 사회복지사 미카엘라 니콜라스는 곧바로 달려갔지만 맥박이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의료진 등 3명이 번갈아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이후 대회 의료진이 도착해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했다. 아파는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돼 6시간 넘게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아버지 스티브는 딸의 사망 원인이 '횡문근융해증'이라고 밝혔다. 횡문근융해증은 과도한 운동이나 외상 등으로 근육세포가 손상되면서 근육 내 물질이 혈액으로 유출되는 질환이다. 심할 경우 급성 신장 손상이나 심각한 전해질 이상 등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스티브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딸은 건강했고 몸 상태도 완벽했다. 이제 겨우 24세였다”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현장 응급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NYT가 확보한 목격자들의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아파는 오후 1시33분께 쓰러졌으며, 대회 의료진은 약 7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오후 1시41분부터 1시50분 사이에 사용됐다.
목격자 니콜라스는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회 주최 측은 의료진 도착 시간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시점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아파는 전기 부품 관련 기업에서 제품 관리자로 일하면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시작한 상태였다. 이번 마라톤에는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모금 활동에도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1일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레이스' 하프마라톤에 참가한 러닝 인플루언서 고(故) 유지원씨가 결승선을 약 500m 앞둔 20.6㎞ 지점에서 쓰러졌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이었던 유씨는 지난 4월 다른 마라톤 대회 여자부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유족은 사고 당시 응급조치와 이송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목격자를 찾고 있으며,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러닝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록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건강을 위한 러닝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달리기가 되고 있다”며 “운동할 때는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표가 있어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기록에 욕심을 내고 무리하게 달릴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