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현금흐름 의구심…등돌린 개미들, 2주 만에 삼전닉스 3조 팔아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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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2주 만에 3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지난달 증시 급락 당시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반도체 대형주를 사들였던 개인들이 최근 빅테크의 실적 발표 이후 매도세로 돌아섰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현금흐름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19~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조7411억원, 삼성전자 주식 1조2270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두 종목은 개인 순매도 상위 1·2위에 올랐다.

불과 2주 전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지난달 1~18일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약 14조원어치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삼성전자 4조2991억원, SK하이닉스 1조80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당시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100bp를 웃돌면서 AI 투자 위험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지만, 개인들은 반도체 대형주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

투자 심리가 바뀐 계기는 글로벌 빅테크의 실적 발표였다. 메타는 AI 설비투자 확대 여파로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로 돌아섰고, 테슬라는 연간 투자계획을 낮췄다. 알파벳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과 AI 투자 비용 부담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12% 넘게 급락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는 아마존의 향후 12개월 선행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424억달러를 기록했다. 인텔의 실적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블랙스톤이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이후 투자적격 신용등급 확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점도 AI 산업을 둘러싼 경계심을 키웠다.

시장의 관심은 AI 수요 자체보다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익성과 자금조달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인프라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투자 규모만큼 현금 창출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관련 산업의 성장 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의 현금흐름 악화만으로 AI 산업의 성장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AI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주요 빅테크의 자금조달 여력도 여전히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은 커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요와 자금 조달 여력도 여전히 견조하다”며 “AI 관련주를 둘러싼 현 시장의 우려는 다소 과장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요 기업의 AI 관련 사업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알파벳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도 4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텔의 AI 관련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8% 늘었다.

자금조달 여력도 뒷받침되고 있다. 알파벳은 지난 6월 850억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에 성공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투자등급 평균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했다. 대규모 AI 투자를 지속할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현금흐름 악화가 곧 투자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지표도 여전히 견조하다. 지난 1일 발표된 10월 수출액은 115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7%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564억달러로 259.4% 급증했다.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1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반도체 대형주 매도로 이어지고 있지만, 실적 성장과 주가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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