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는 올해 현재까지 보고된 전체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 중 북한 연계로 추정되는 해킹의 비중이 약 89%에 달한다고 1일 밝혔다. 2021년 15%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로, 북한 연계 해킹의 피해 규모가 최근 수년간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체이널리시스가 공개한 북한 연계 해킹 통계에 따르면, 북한 연계 추정 해킹의 건당 평균 피해액은 2021년 5065만 달러에서 2026년 1억 8565만 달러로 약 3.7배 증가했다. 2021년부터 2026년 10월 29일까지 보고된 전체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은 223억 4000만 달러로, 이 중 북한 연계로 추정되는 해킹 피해액은 132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피해액의 약 59%에 해당하는 규모다.
체이널리시스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약 64억 달러 규모의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서도 북한 연계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의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온체인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해킹 사건으로, 체이널리시스는 탈취 자금의 이동 경로를 분석해 과거 북한 연계 해킹 사건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포착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역시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핵심 근거는 바이낸스에서 탈취된 자금과 지난 9월 발생한 비트겟(Bitget) 해킹 사건의 탈취 자금이 혼합된 정황이다. 비트겟 해킹은 앞서 북한 연계 공격자들의 소행으로 지목된 바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러한 자금 연결고리를 토대로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연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으며, 사건 발생 약 8시간 만인 지난달 30일 오전 12시 30분(미국 동부시간)에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탈취 자금 이동 과정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자금세탁 패턴도 포착됐다. 체이널리시스는 짧은 시간 동안 수천 건의 거래가 발생하고, 자금이 여러 지갑을 반복적으로 오가거나 이전에 사용된 주소로 되돌아가는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다수의 지갑에서 정확히 1TRX를 수신한 뒤 자금을 재분배하는 등 자동화된 이동 패턴이 확인됐으며, 탈취 자금은 수천 개의 지갑 주소로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이널리시스는 탈취 자금 규모가 기존 자금세탁 경로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향후 자금이 이동하는 지갑 주소가 수만 개로 늘어나고 브리지·즉시 교환 서비스 등으로 자금세탁 경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바이낸스 해킹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 20분경(미국 동부시간) 여러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는 바이낸스 핫월렛에서 가상자산이 무단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공격자는 총 약 64억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으며, 동결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을 이더리움(ETH) 등 발행기관이 동결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며 자금 동결을 회피하려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법 집행기관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업계 관계자들이 탈취 자금 동결에 나섰다. 체이널리시스 조사팀 역시 관련 기관 및 기업들과 조사 단서를 공유하며 자금 식별과 동결을 지원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된 자금세탁 수법을 추적하고, 24시간 자금 이동 경로를 분석하며 관련 지갑 주소를 식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 기준, 약 28억 달러 상당의 탈취 자금이 동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권준혁 체이널리시스코리아 지사장은 “북한 연계 가상자산 해킹은 피해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업계 전반의 주요 보안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바이낸스 사건에서 확인된 온체인 연결고리는 블록체인 분석이 공격 배후를 파악하고 탈취 자금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