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내 몸을 퇴비로 만들어 나눠가져”… 할리우드 여배우의 특별한 유언

영화 '현기증' 주연 킴 노박, 사후 자연장 방식 선택
“내 퇴비로 나무 심어달라…죽어서도 계속 자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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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 출연한 배우 킴 노박. 사진=IMDb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여배우가 사망 후 자신의 시신을 퇴비로 만들어 나무를 심는 데 사용해 달라는 특별한 유언을 남겨 화제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영화 '현기증'으로 유명한 배우 킴 노박(93)은 최근 인터뷰에서 사망 후 자신의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인체 퇴비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노박은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나무를 통해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좋다”며 “죽음 이후에도 계속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해 왔다. 미국 오리건주의 한 목장에서 생활하는 노박은 화장이나 일반적인 매장 방식 대신 시신을 자연적으로 분해해 흙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노박은 “재가 되거나 땅속에 묻히는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며 “흙과 하나가 된다는 생각이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평생 참을성이 부족했지만 나무는 인내심이 있어야 자란다”며 “나무가 돼 계속 세상을 바라보고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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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퇴비장 업체 리컴포스 예시 이미지. 사진=리컴포스

그가 선택한 장례 방식은 '자연 유기물 환원(Natural Organic Reduction)'으로 불린다. 시신을 미생물의 분해 작용 등을 통해 퇴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노박이 거주하는 오리건주에서도 합법이지만, 그는 인근 워싱턴주에 있는 장례업체 '어스 퓨너럴(Earth Funeral)'을 통해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노박은 “그곳까지 가려면 내 몸을 얼음에 포장해서 운반해야 할 것”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노박은 퇴비화 과정이 끝나면 만들어진 흙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금씩 나눠줄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나무나 관목을 심어달라고 당부했으며, 가능하면 나무를 심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내 무덤 위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나는 한 그루가 아니라 여러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퇴비화 과정에 사용할 꽃으로는 물망초를 선택했다. 물망초는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로 잘 알려져 있다.

노박은 “죽은 뒤에도 계속 자라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죽음 이후에도 삶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1933년생인 노박은 195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한 배우다. 특히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8년 영화 '현기증(Vertigo)'에서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1958년부터 196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배우였다. 이후 1966년 할리우드 활동에서 물러나 그림을 그리며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아왔다.

노박은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인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할리우드를 떠나면서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지금까지도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죽은 뒤에도 지구는 남아 있고, 우리는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며 “환경의 일부가 돼 계속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노박은 “영화뿐 아니라 내가 살아오면서 변화하고 표현했던 모든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죽음 이후에도 나 자신을 계속 표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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