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독버섯을 넣은 음식을 시댁 식구들에게 먹여 3명을 살해한 여성이 항소심에서 오히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기존 무기징역에 포함됐던 가석방 가능성까지 사라지면서 평생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됐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항소법원은 이날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에린 패터슨(52)의 항소를 기각했다. 아울러 검찰의 형량 항소를 받아들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패터슨은 지난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33년을 복역한 뒤에는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잔혹성과 계획성을 고려할 때 기존 형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스티븐 매클리시 판사는 “이번 범행은 극도로 냉혹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며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패터슨이 살인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의도적으로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패터슨은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멜버른 외곽의 최고 보안등급 교도소에서 화상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사건은 2023년 7월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발생했다. 당시 패터슨은 별거 중이던 남편 사이먼 패터슨의 부모와 친척 등 4명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식탁에는 소고기와 버섯을 페이스트리 반죽으로 감싸 구운 요리인 '비프 웰링턴'이 올랐다. 그러나 이 음식에는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알광대버섯(death cap mushroom)이 들어 있었다.
식사에 참석한 시부모 돈 패터슨과 게일 패터슨, 남편의 이모 헤더 윌킨슨은 식사 후 일주일 이내에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함께 식사한 헤더의 남편이자 지역 침례교회 목사인 이언 윌킨슨은 중태에 빠졌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알광대버섯은 식용 버섯과 혼동하기 쉬운 맹독성 버섯으로, 섭취할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패터슨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음식에 독버섯이 우연히 섞여 들어갔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그가 의도적으로 독버섯을 넣었다고 판단해 살인 3건과 살인미수 1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패터슨 측은 1심 재판에 중대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며 항소했다. 특히 일부 배심원이 경찰 측 증인 및 검찰 관계자들과 같은 호텔에 머문 점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이를 두고 호주에서 가장 주목받은 형사재판 중 하나에서 기본적인 사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반대신문이 지나치게 압박적이었으며, 증거 채택 과정에서도 불공정한 결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기존의 가석방 제한 기간인 33년이 범행의 중대성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고 맞섰다. 브렌던 키세인 검찰국장은 앞선 항소심 심리에서 이번 사건이 피해자들의 신뢰를 배신한 극악한 범죄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패터슨 측의 유죄 판결 취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검찰의 주장을 수용해 가석방 가능성까지 없앴다.
이 사건은 이른바 '버섯 살인 사건'으로 불리며 호주를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1주 동안 이어진 재판에는 팟캐스트 제작자와 방송 취재진, 범죄 사건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재판 과정에서 패터슨과 남편 가족 사이의 갈등이 일부 드러났지만, 그가 시댁 식구들을 살해한 구체적인 동기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