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자동차 생산 강국이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 강국이라는 사실이 곧 자율주행 강국이라는 뜻은 아니다. 완성차를 잘 만드는 역량과 그 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게 만드는 역량은 서로 다른 경쟁력이다. 한국은 전자에서는 세계 상위권에 있지만 후자에서는 아직 추격권에 머물러 있다. 이 둘을 혼동하는 순간 우리가 가진 강점은 과대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놓치게 된다.” -책 294쪽.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고뇌해 온 독자라면 누구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 저자의 직언이다.
대한민국 모빌리티 산업이 직면한 냉정한 현실을 찌르는 책, '2030 자율주행 이코노미'가 나왔다. 단순한 장미빛 전망이나 막연한 낙관론이 넘쳐나는 모빌리티 관련 서적 시장에서, 이 책은 보기 드문 송곳 같은 통찰과 차가운 현실 감각을 제공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실험실과 시범 운행'의 단계를 지나, 실제 도로 위에서 돈을 벌고 패권을 다투는 '피지컬 AI(Physical AI)' 상용화의 최전선에 섰다. 그렇다면 과연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승자는 누구일까?
모빌리티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다룬 이 책은, 기술 개발 경쟁을 넘어 실제 서비스 운영과 손익계산서에서 승부가 갈릴 2030년 자율주행 시장의 격변을 명쾌하게 해부한다.
특히,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저자인 차두원 박사의 독보적인 이력과 내공 덕분이다. 차 박사는 아주대에서 자율주행 인간공학 박사를 취득한 후 일본자동차연구소,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포티투닷 상무, 소네트 대표 등을 거쳤다.
여기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실장을 역임하고 국토교통부 모빌리티혁신위원회 위원, 국무총리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약하며 학계와 연구계, 산업계, 정부 정책 현장까지 두루 거친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현장형 모빌리티 전문가'다.
이 책에는 그가 수십 년간 엔지니어로서, 경영자로서, 그리고 국가 정책 입안자로서 모빌리티 산업의 전 과정을 현장에서 발로 뛰며 축적해 온 전문가적 통찰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단순히 글로벌 기업들의 동향을 요약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과 원가, 데이터, 수익 구조, 인프라, 그리고 국가별 규제 장벽까지 복잡하게 얽힌 모빌리티 생태계의 톱니바퀴를 정교하게 꿰어냈다.
저자는 미래 모빌리티 패권의 핵심 열쇠로 단순한 '데이터 플라이휠'을 넘어선 '비즈니스 플라이휠(Business Flywheel)'을 제시한다. 웨이모, 테슬라, 바이두, 포니AI 등 글로벌 공룡들이 어떻게 차량 원가를 낮추고(원가 최적화), 지속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하며, 데이터 및 운영 인프라를 축적해 AI를 고도화하는지 그 구체적인 체계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나아가 미국, 중국, 일본, 두바이, 유럽 등 세계 각국이 펼치는 규제와 정책 주도권 싸움까지 입체적으로 파헤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우리에게 가치 있는 이유는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제조 강국의 자만에 빠져 대규모 상용화 서비스 경험과 자본 투입에서 뒤처진 한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하는 한편, 한국이 가진 뛰어난 ICT(정보통신기술) 및 제조 인프라, 도심 환경을 살린 '한국형 비즈니스 플라이휠' 구축 방안을 명확한 비전으로 제안한다.
'2030 자율주행 이코노미'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는 기업의 전략가, 정책 당국자, 투자가, 그리고 미래 기술의 방향이 궁금한 일반 독자 모두에게 단비와 같은 가이드북이라 할수 있다. 기술의 한계를 넘어 사업적 한계를 깨부술 탁월한 안목과 깊이를 더해줄 이 책은, 피지컬 AI 시대의 거대한 전환점을 통과하는 대한민국 모빌리티 산업이 꼭 쥐어야 할 핵심 전략서가 될 것이다.
차두원 지음, 월요일의꿈 刊, 320쪽 2만5000원.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