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브 코딩이 지우는 것은 버그가 아니라 다음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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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에스넷시스템 오감지능연구소장

커서(Cursor), 러버블(Lovable) 같은 인공지능(AI) 코딩 도구는 자연어 몇 줄로 화면을 완성한다. 정교한 문법을 몰라도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그 흐름을 읽어 코드를 대신 짜준다고 해서 이른바 '바이브 코딩'이다.

지금 이 현상을 다루는 글은 넘쳐난다. 대부분 '프로토타입엔 강하지만 프로덕션엔 약하다'는 기술 진단이나, 주니어 개발자에게 '이렇게 살아남으라'는 조언으로 수렴한다. 이 글은 채용을 결정하는 사람에게 지금 무엇을 계산에서 빠뜨리고 있는지 묻는 글이다.

현재 문제의 핵심은 보일러 플레이트 작성, 단위 테스트, 버그 수정처럼 신입과 주니어가 도맡아온 반복 업무가 정확히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지난해 8월 SSRN에 공개한 워킹페이퍼는 이를 숫자로 보여준다. 미국 28만5000여개 기업, 62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도입 기업에서 주니어 고용은 6분기 만에9~10% 줄었지만 시니어 고용은 거의 그대로였다. 해고가 아니라 채용이 조용히 멈춘 결과다.

한국은 더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델파이 조사에서는 초급 개발자 채용이 7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크래프톤은 신규 지식재산권(IP)·AI 인력을 제외한 전사 채용을 중단하고 'AI 퍼스트'를 선언했다. LG CNS는 설계부터 오류 수정까지 자동화하는 '데브온 AIDD'로 개발 시간을 80% 줄였다. 주니어가 실전 경험을 쌓던 시스템통합(SI) 업계 최하단부터 자리가 사라지고, 개발자 품귀에 파격 대우를 걸던 2020~2022년의 풍경은 불과 3~4년 만에 뒤집혔다.

이 반복 업무는 잡일이 아니라 판단력을 기르는 훈련 과정이었다. 코드를 읽고 실수하며 시니어의 지적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5년 뒤 시스템을 설계할 감각이 생긴다. 이 계단을 없애는 것은 계단을 밟고 자랄 사람 자체를 없애는 것과 같다. 코드에 쌓이는 것이 기술 부채라면, 사람이 사라져 생기는 이 공백을 나는 '인적 부채'라 부르고 싶다. 기술 부채는 리팩터링으로 갚지만, 인적 부채는 사람을 키우는 시간만큼 갚는 데도 오래 걸린다.

조직은 세 가지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첫째, 인적 부채를 이번 분기 재무제표가 아닌 장기 역량표에 반영하라. 둘째, 주니어의 역할을 '타이핑'에서 'AI 감사'로 재정의하라. AI가 만든 코드의 허점을 찾아내고 왜 위험한지 설득하게 하는 것이 새로운 훈련이다. 셋째, 실전과 유사한 통제된 실패의 기회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라.

이 문제는 한 회사만 풀 수 없다. 한 기업이 주니어를 키워도 다른 기업들이 채용을 멈추면 그 인재는 업계 밖으로 빠져나간다. 다행히 '혁신성장 청년인재 집중양성', '청년도약 인재양성 부트캠프', '삼성청년SW·AI아카데미(SSAFY)'처럼 청년인재를 키워내는 인프라는 이미 있다. 이를 여러 기업이 인턴을 순환 배치하며 공동으로 훈련·채용까지 연결하는 산업 컨소시엄으로 묶어낼 수는 없을까. 한 회사가 감당하기 힘든 훈련 비용을 업계 전체가 나눠 지는 방식이다.

화면이 몇 초 만에 완성되는 시대,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가'만이 아니다. '5년 뒤 이 시스템을 이해할 사람을, 우리는 지금 키우고 있는가'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조직만이 이 속도를 진짜 경쟁력으로 바꿀 수 있다.

이기범 에스넷시스템 오감지능연구소장 kibeom.lee@good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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