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나 시술을 받거나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수십 건이 해외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유출된 영상 대부분이 수술실이 아닌 진료실과 상담실, 대기실, 병실 등에서 촬영돼 현행 의료법의 CCTV 관리 체계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기관 CCTV 영상 유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서 국내 의료기관의 진료·환복 장면 등을 담은 영상 80건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에는 산부인과와 성형외과, 한의원, 재활의학과 등 여러 의료기관에서 촬영된 환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관련 영상만 21건에 달했다.
환자가 대기실과 상담실, 초음파실, 진료실을 오가는 모습부터 실제 시술을 받는 장면까지 동선을 따라 편집된 영상도 있었다. 환자의 얼굴과 신체가 그대로 노출된 경우도 확인됐다.
주사를 맞는 장면이나 병실에서 환복하는 모습, 성형외과 상담·시술 장면도 유포됐다. 한의원의 침 치료와 재활의학과 도수치료 장면 등이 담긴 영상도 있었다. 영상에 표시된 촬영 시점은 2022년 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였다.
허 의원실이 영상에 등장하는 병원 상호와 내부 모습을 대조한 결과 실제 운영 중인 의료기관으로 확인됐다. 일부 영상은 환자나 병원별로 나뉘어 여러 게시물로 가공돼 유통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의료법은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고, 영상 유출을 막기 위해 접근 권한 제한과 접속기록 관리 등 안전성 확보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영상은 수술실이 아닌 진료실과 상담실, 대기실, 병실 등에서 촬영됐다. 수술실 CCTV를 중심으로 마련된 현행 관리 체계만으로는 이 같은 영상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파악한 의료기관 사이버 침해사고에서도 CCTV 관련 사고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정부에 보고된 의료기관 사이버 침해사고 109건 가운데 98건은 랜섬웨어였으며 CCTV 관련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가 있는 의료기관 2529곳 가운데 2528곳이 설치를 마쳤다. 나머지 한 곳은 휴업 상태다.
허 의원은 인권 침해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허 의원은 “진료받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까지 떠도는데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병원에 가겠느냐”며 “복지부는 의료기관 CCTV 보안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유출 경위와 관리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출된 영상의 삭제와 재유포 차단, 피해자 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