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시장을 분석하고 주문까지 실행하는 시대가 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술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OKX는 AI 에이전트가 실시간 시세와 주문 시스템에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별도 서버·인터페이스와 리스크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레닉스 라이(Lennix Lai) OKX 월렛 글로벌 총괄 매니저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미래에는 인간 이용자만 거래시장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한 사람이 서로 다른 종류의 거래 에이전트를 두고 거래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 총괄 매니저는 JP모건과 AIG 등 전통 금융사를 거쳐 2017년 OKX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금융시장·기관사업을 담당한 뒤 글로벌 최고상업책임자(CCO)를 지냈으며, 현재 OKX 월렛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다.
라이 총괄 매니저는 이런 변화에 맞춰 거래소도 사람 중심의 사용자환경(UI)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현재 거래소 앱은 사람이 화면을 보고 버튼을 눌러 입금·매수·매도를 하는 구조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화면을 볼 필요가 없다. 대신 실시간 가격과 시장데이터를 읽고 지정가·시장가 주문을 보내며 거래기록을 받아볼 수 있는 별도의 서버와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그는 “지금까지 앱과 이용자가 소통했다면 이제는 에이전트와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전체 기술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며 “사람뿐 아니라 에이전트도 서비스해야 한다”고 말했다. OKX는 이를 위해 AI 에이전트가 시세를 조회하고 주문을 보내고 거래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API와 인터페이스, 리스크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AI가 직접 거래에 참여하면 인증 문제도 새롭게 생긴다. 라이 총괄 매니저는 “정확히 고객확인제도(KYC)는 아니지만 KYC 요소가 에이전트의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에이전트가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 최종 KYC 주체와 수익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특정 국가 이용자가 규제상 거래할 수 없는 상품을 해당 이용자의 에이전트가 주문하는 경우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적 책임의 최종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라고 봤다.
AI에게 자산 운용 권한을 주더라도 개인키까지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OKX는 개인키를 별도의 신뢰실행환경(TEE)에 격리해 AI 에이전트가 직접 접근하거나 변경·이동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를 월렛 아키텍처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자동매매 봇이 아니다”며 “데이터 분석 등은 자동화할 수 있지만 거래 실행처럼 위험도가 높은 행위에는 이용자의 승인과 위험 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에 거래 권한을 일부 맡기되 자산 통제권은 이용자가 유지하는 구조에서 월렛의 역할도 커진다. OKX는 셀프커스터디 월렛을 향후 온체인 금융의 핵심 진입점으로 보고 있다. 주식·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까지 토큰화돼 온체인으로 이동하면 AI가 접근할 수 있는 자산 범위도 가상자산을 넘어 확대될 수 있다.

OKX는 월렛의 차별점으로 '중립성'을 내세웠다. 라이 총괄은 “특정 블록체인 생태계를 우선하지 않고 다양한 체인을 지원한다”며 “전체 웹3 생태계로 들어가는 좋은 진입점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과제로 규제 명확성을 꼽았다. 미국·유럽·싱가포르·홍콩 등은 토큰화를 금융자산의 글로벌 유통과 유동성 확대 수단으로 보고 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도 정부·금융회사·가상자산 업계가 함께 제도적 틀을 만들고, 토큰화를 통해 코스피 시장의 글로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