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458조' 움직인다…거꾸로가는 환율 뒤에 '반도체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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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요인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원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연말까지 국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달러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요인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원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연말까지 국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달러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기대에도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하반기 들어 달러 공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상반기 평균 1483원에서 3분기에는 1426원으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1360원 안팎까지 낮아진 상태다.

한때 1500원을 웃돌았던 환율이 하반기 들어 1300원대 중반으로 내려온 데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원화 환전 수요 확대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면서 조달한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확대했고,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역시 외화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외환당국은 지난 2분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자 시장 안정을 위해 96억1200만달러를 투입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에서 확보한 달러를 국내 시장에 내놓고 원화로 전환한 뒤 설비투자(CAPEX)와 임직원 성과급, 주주환원 등에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도 실제 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상당한 규모의 달러가 풀릴 수 있다는 쪽으로 시장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 2곳이 내년에 필요로 하는 원화 규모를 458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와 비교해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연간 경상수지 흑자의 60%가량이 원화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전망에는 설비투자를 영업이익의 35% 수준으로 집행하고, 영업이익의 10%와 잉여현금흐름의 50%가량을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정책이 반영됐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80%를 웃돌아 대금을 외화로 수령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도체 수주가 확대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기업들이 이미 상당한 외화를 확보한 만큼, 원화가 필요해질 경우 별도의 차입보다는 보유 외화를 즉시 환전해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말로 접어들수록 외환시장의 등락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등 해외 변수들이 원화 가치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다 수출업체들이 선물환 매도에 나설 유인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금리가 연 5.1%를 넘어선 상황에서 Fed가 금리 인하 사이클로 방향을 바꾸기 전까지 연 5% 안팎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경우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과 떨어뜨리는 요인이 맞서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외 불안과 관련된 하락 압력에 보다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형 연구원은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헤지 수요가 주로 장기 외화자산과 연관돼 있으며, 단기 거래에서는 기존 매도 포지션의 만기를 연장하는 롤오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들의 현금 사정이 여유로운 편이지만 향후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가 공급되는 규모가 줄어들 경우 환율의 움직임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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