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 10년, 4.5조 시장으로 폭풍성장…이젠 '옥석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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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창업 초기기업 '첫 투자자' 역할을 해온 액셀러레이터(AC) 시장이 제도 도입 10년 만에 누적 투자 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투자에 나선 AC 기업이 9년 새 12배 가까이 늘었고, 전체 투자 3건 중 2건은 창업 초기기업에 집중됐다. 다만 최근 신규 진입이 둔화하고 순수 AC의 투자 규모도 정체되면서, 외형 확장에서 '옥석 가리기'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발간한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 2026'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AC의 누적 투자금액은 4조5291억원, 투자건수는 1만3751건으로 집계됐다. 실제 투자를 집행한 AC는 2017년 25개사에서 지난해 295개사로 11.8배 늘었다. 연간 투자금액 역시 2017년 69억원에서 2021년 5916억원, 2024년 9744억원을 거쳐 지난해 처음 1조원을 넘어선 1조11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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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의 존재감은 초기 창업시장에서 두드러졌다. 9년간 초기 창업기업에 투입된 자금은 2조5008억원으로 전체의 55.2%를 차지했다. 투자건수로는 8999건, 65.4%에 달했다. 투자금액보다 건수 비중이 10.2%포인트 높은 것은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액·다건' 투자가 AC 시장의 핵심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초기기업의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2억7800만원으로 전체 평균 3억2900만원보다 낮았다.

최근 성장세는 점차 갈리고 있다. 지난해 전체 AC 투자금액은 전년보다 3.8% 증가해 처음 1조원을 돌파했지만, 투자건수는 2574건으로 전년보다 0.1% 줄었다. 투자를 집행한 AC는 286개사에서 295개사로 늘었지만 투자건수 자체는 제자리걸음했다.

벤처투자회사(VC) 라이선스를 함께 보유한 AC를 제외하면 정체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 1조117억원 가운데 VC를 제외한 투자액은 5153억원으로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전체 투자액의 49.1%를 VC 겸업 AC가 차지한 셈이다.

반면 이들의 투자건수 비중은 16.5%에 그쳐 대형 투자가 일부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보였다. 순수 AC의 건당 평균 투자액도 2022년 2억9800만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2억4000만원까지 낮아졌다.

신규 AC 진입도 꺾이고 있다. 신규 등록은 2024년 전년 대비 19%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도 17.6% 감소하며 2년 연속 둔화했다. 현재 등록을 유지하고 있는 AC는 495개사인 반면 누적 말소는 156개사에 달한다.

자금조달 구조도 결성 건수는 늘었으나 조합 규모는 작아졌다. 개인투자조합의 경우 건당 평균 결성금액은 2018년 25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7억원으로 72.4% 줄었고, 벤처투자조합 역시 2022년 139억원에서 지난해 92억원으로 33.8% 축소됐다. 모태펀드 자조합에서 AC가 차지하는 금액 비중은 누적 7%로, 2024년 13.3%에서 2025년 9.6%로 줄었다.

수도권 쏠림도 숙제다. 전체 AC 495개사 가운데 수도권 소재 기관은 329개사로 66.5%를 차지했다. 이들이 집행한 누적 투자금액은 3조4349억원으로 전체의 75.8%에 달했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지난 10년이 액셀러레이터가 산업으로 자리 잡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산업으로 성장할 것인가를 증명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며 “내년부터 협회가 창업기획자 통계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만큼, 원천 데이터 기반으로 통계 정합성을 더 높여 산업 동향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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